비상장주식 장부와 계산기가 놓인 회의실에서 떨어져 선 두 사람을 그린 시네마틱 일러스트

비상장주식을 한쪽에게 몰아주고 현금으로 정산해도 될까요 — 재산분할 방법의 네 기준

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판사의 렌즈〉

분할비율이 같아도 분할방법이 한쪽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현금의무를 만들면 형평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 요약]

  • 비상장주식을 명의자에게 두고 돈으로 정산하면 언제 불공정할까요?
  • 가치·유동성·지배권·지급가능성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 비율의 공정함은 방법의 실행 가능성까지 포함합니다.

재산분할은 얼마를 나누는가뿐 아니라 무엇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남기는가의 문제입니다.

현실적 질문: 주식은 그대로 두고 돈만 주면 간단하지 않을까요

이혼 재산분할에서 비상장회사 주식이 포함되면 법원은 흔히 주식을 보유한 사람에게 그대로 귀속시키고 상대방에게 정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대상분할을 검토합니다. 경영권을 흩뜨리지 않고 명의 이전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식의 평가액은 크고 현금성 재산은 적다면, 대상분할은 한쪽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지급의무를 한꺼번에 만들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6년 5월 29일 선고한 2024므16033·16040 판결에서 비상장주식은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형평을 현저히 해치면 현물분할 등 여러 방법을 적극적으로 혼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분할비율만 맞추면 된다는 접근에 제동을 겁니다.

첫째, 주식의 가치는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정상적인 거래사례가 있는지, 순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어떤지, 회사가 특정인의 능력에 크게 의존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비상장주식은 공개시장에서 바로 팔 수 없고 소수지분 할인이나 양도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가기준일의 숫자가 실제 현금화 가능액과 같다고 전제하면 오차가 커집니다.

상대방은 회사의 장부와 세무자료에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감정이나 사실조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일시적인 실적 상승, 특수관계인 거래, 우발채무, 대표자 가지급금 같은 요소도 살펴야 합니다. 평가의 불확실성이 크면 정산금 전액을 현금으로 명하는 방식의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둘째, 지배권과 생계의 연속성을 봅니다

주식을 절반씩 나누는 현물분할은 산술적으로 공평해 보여도 이혼 뒤 공동경영이라는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폐쇄회사에서 의결권이 갈리거나 정관상 양도 제한이 있으면 주식 자체를 나누는 방식이 실용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명의자에게 전부 몰아주면 상대방은 회사 성장의 가능성을 잃고 평가 시점의 현금채권만 갖게 됩니다.

따라서 누가 실제로 회사를 운영해 왔는지, 다른 배우자의 기여가 회사가치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주식을 분할해도 경영이 가능한지 살펴야 합니다. 재산분할은 제재가 아니라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을 청산하는 절차이므로, 경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배우자의 몫을 지급 불가능한 장기채권으로 바꿔서는 안 됩니다.

셋째, 지급 가능성과 집행 가능성을 따집니다

대상분할을 명하려면 명의자가 정산금을 마련할 현실적 방법이 있는지 보아야 합니다. 주식을 팔거나 담보로 제공하지 않으면 돈을 만들 수 없는데 주식 양도가 제한돼 있다면, 판결은 숫자상 완결돼도 실행 단계에서 무너질 수 있습니다. 분할지급, 일부 현물분할, 다른 재산과의 교환 같은 대안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상대방에게도 지급 시기와 담보가 중요합니다. 금액이 크면 지연손해금만으로 위험을 충분히 보상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예금·퇴직급여와 주식을 한 묶음으로 놓고 전체 재산에서 어떤 조합이 양쪽의 생활과 이행을 가능하게 하는지 비교해야 합니다.

넷째, 반대 논리도 함께 봅니다

현물분할을 넓히면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배우자가 갑자기 주주가 되고, 주식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대상분할 대신 장기간 분할지급을 허용하면 청산이 늦어지고 추가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도 언제나 현물분할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대상분할만이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 대안을 적극 검토하라는 취지입니다.

판단의 핵심은 한 방식을 원칙으로 외우는 것이 아닙니다. 가치의 신뢰도, 유동성, 경영의 연속성, 지급 능력, 상대방의 회수 가능성을 같은 표에 놓고 비교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도 비용이 없지 않으므로 가장 작은 왜곡을 만드는 조합을 고르는 일에 가깝습니다.

손호영의 판단 프레임

저는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을 ① 무엇을 얼마로 평가했는가, ② 누가 지배권을 유지해야 하는가, ③ 정산금을 실제로 지급할 수 있는가, ④ 상대방의 회수가 담보되는가 순서로 봅니다. 이 네 질문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주식은 명의자에게, 돈은 상대방에게’라는 간명한 결론이 오히려 불공정해질 수 있습니다.

숫자로 대안을 비교하는 방법

예를 들어 주식 평가액이 753억 원이고 다른 순재산이 약 103억 원인데 한쪽에게 143억 원의 현금 지급을 명한다면, 정산의 재원과 시기가 핵심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 2024므16033·16040 판결은 원심의 재산분할 부분을 파기환송했을 뿐 현물분할이나 새로운 비율을 최종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환송심에서는 전체 재산과 당사자 사정을 다시 심리하게 됩니다.

대안을 비교할 때에는 전부 대상분할, 일부 주식 현물분할, 다른 재산과의 교환, 담보가 있는 분할지급을 놓고 경영권·세금·현금흐름·집행위험을 적습니다. 비상장주식의 양도 제한과 주주간계약도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경제적 가치라도 의결권 유무, 배당 가능성, 매각 제한이 다르면 실제 몫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주주명부, 정관, 최근 재무제표와 전체 분할대상재산 목록을 먼저 봅니다.

멈추는 곳

감정가액을 곧바로 현금가치로 적은 부분에서 멈춰 거래 가능성과 할인요인을 확인합니다.

맞춰보는 곳

정산금 규모를 명의자의 현금흐름·담보 가능성·다른 재산 배분과 맞춰 봅니다.

여백의 메모

경영권 유지의 편의가 상대방의 회수 위험으로 전가되지 않았는지 적어 둡니다.

저라면 비상장주식 재산분할 사건을 만나면 이렇게 검토하고 처리할 것 같습니다

저라면 주주명부·정관·재무제표와 실제 거래사례를 먼저 확보하고 평가액의 범위를 정하겠습니다. 결론을 가르는 쟁점은 주식을 누가 보유하느냐뿐 아니라 정산금을 지급할 재원과 상대방의 회수 가능성입니다. 대상분할이 가능하면 담보와 지급 일정을 함께 설계하고,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면 일부 현물분할이나 다른 재산과의 조합을 비교하겠습니다. 회사 지배권이나 양도 제한이 달라지면 같은 비율이어도 분할방법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과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와 절차 단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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