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같은 가처분을 둘러싼 절차라도,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다툼과 뒤의 사정으로 더 유지할 수 없다는 다툼은 심판대상이 다릅니다.
1. 가처분신청과 이의는 한 심급단위로 볼 수 있습니다.
2. 가처분취소는 별도의 사유와 심판대상을 가진 절차입니다.
3. 비용은 사건 이름보다 실제로 무엇을 다시 판단했는지에서 나뉩니다.
하나의 분쟁에서 세 사건이 이어졌습니다
가처분이 발령된 뒤 상대방이 이의를 제기했고, 이후에는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가처분취소도 신청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소송비용액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이의사건과 취소사건을 하나의 심급단위로 볼지, 각각의 변호사보수를 인정할지가 문제 됐습니다.
대법원 2026. 9. 10. 자 2026마6782 결정은 가처분이의와 가처분취소를 하나의 심급으로 묶지 않았습니다. 이의는 원래 가처분의 당부를 다시 심리하는 절차이고, 취소는 이후의 사정이나 담보제공 등 별도 사유로 유지 여부를 묻는 절차라는 차이를 보았습니다.
같은 결정문을 향해도 질문이 달랐습니다
가처분이의는 발령 당시부터 요건이 부족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자리입니다.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있었는지 다시 판단합니다. 반면 가처분취소는 가처분 뒤 사정이 바뀌었거나 법이 정한 취소사유가 생겼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증거와 주장,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두 절차에 각각 대응한 변호사의 업무를 언제나 하나로 계산하면 실제 수행한 절차의 독립성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건번호가 둘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수를 중복 인정해서도 안 됩니다. 법원이 본 것은 절차의 심판대상과 필요한 소송행위가 실제로 구별되는지였습니다.
소가를 계산할 때도 청구의 목적을 나눴습니다
이 사건에는 직무집행정지 가처분과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이 함께 있었습니다. 피신청인은 두 신청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목적으로 하므로 1개의 소처럼 소가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직무를 멈추게 하는 것과 그 공백을 메울 사람을 정하는 것은 서로 관련되지만 보호하려는 직접 목적과 효과가 같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 확인 단계 | 기록에서 볼 것 |
|---|---|
| 가처분신청·이의 | 발령 당시 가처분의 당부를 다시 심리 |
| 가처분취소 | 사정변경 등 별도 취소사유를 심리 |
| 직무집행정지 | 특정인의 직무 수행을 정지 |
| 직무대행자선임 | 정지 기간의 업무 공백을 메울 사람을 선임 |
여기서 관련성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두 신청은 같은 회사 분쟁과 임원 지위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용 산정에서는 ‘한쪽이 인정되면 다른 쪽의 목적도 모두 달성되는가’, ‘각 신청이 별도의 법률효과를 만드는가’를 확인합니다. 사실의 공통성과 청구목적의 동일성을 구별해야 합니다.
반대 논리와 한계
당사자 입장에서는 같은 변호사가 같은 기록으로 대응했는데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과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비용액확정은 실제 약정한 변호사비 전부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절차도 아닙니다.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 정한 한도와 소가, 승패 부담재판을 적용합니다.
따라서 이 결정이 같은 분쟁에서 발생한 모든 후속절차의 비용을 전부 별도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 절차의 독립성, 법원이 한 비용부담 재판, 신청별 소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동일한 주장과 증거가 반복되었는지는 보수 약정의 문제와 법정 산입액의 문제를 나누어 봐야 합니다.
사견: 판단 프레임
저는 비용 문제를 세 질문으로 나눕니다. 첫째 원절차와 후속절차의 심판대상은 같은가. 둘째 각 신청이 만드는 법률효과는 하나인가. 셋째 실제 비용부담 재판과 규칙상 한도는 무엇인가. 이 순서로 보면 ‘사건이 하나냐 둘이냐’라는 추상적 논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비용액확정은 본안의 옳고 그름을 다시 판단하지 않습니다. 이미 정해진 부담주체와 범위를 숫자로 구체화합니다. 그러므로 신청 단계에서 결정문 주문, 확정증명, 비용계산서와 소명자료를 분리해 준비해야 합니다.
비슷한 사건에 적용할 때의 경계
가처분 이의 취소 소송비용에 관한 결론을 다른 사건에 옮길 때에는 표에 적은 네 단계가 실제로 같은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명칭이 같아도 절차의 대상, 행위 시점, 당사자의 지위가 달라지면 적용 규정과 증명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첫 단계인 “가처분신청·이의”을 건너뛰고 마지막 결과만 비교하면 판례가 전제한 사실관계를 놓치기 쉽습니다.
반대편에서 보면 “가처분취소”에 관한 자료가 다른 설명을 가능하게 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한쪽의 문서가 일관되어 보이더라도 작성시점과 작성목적, 그 뒤의 객관자료와 맞지 않으면 무게가 달라집니다. 법률판단은 유리한 사실의 개수를 세는 일이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설명 가운데 어느 쪽이 시간표와 제도 취지에 더 잘 들어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각 절차의 결정문 주문과 비용부담 부분을 먼저 폅니다.
멈추는 곳
이의사유와 취소사유가 갈라지는 대목에서 멈춥니다.
맞춰보는 곳
사건별 위임·제출서면·심문기일·확정일을 맞춥니다.
여백의 메모
같은 분쟁이라는 사실과 같은 심급단위라는 평가를 구별해 적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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