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조정결정문은 판결문처럼 보이지만 선택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먼저 송달일과 2주 만료일을 계산한 뒤 내용의 이익과 위험을 따집니다.
법원 조정기일에서 합의하지 못했는데 며칠 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정본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신청금액보다 줄어든 금액, 분할지급, 지연손해금, 소송비용 부담이 적혀 있습니다. 동의한 적이 없는데 따라야 하는지, 이의를 내면 불리해지는지 혼란스럽습니다.
민사조정법 제30조와 제34조에 따르면 조정담당판사는 합의가 성립하지 않은 사건에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는 결정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 이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적법한 이의가 있으면 결정은 효력을 잃습니다. 이의가 없으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2. 내용을 받아들이면 확정 뒤 집행권원이 되고, 이의하면 결정은 효력을 잃고 소송절차로 이어집니다.
3. 금액만 보지 말고 지급기한·기한이익상실·비용·청구포기 범위를 함께 비교합니다.
현재 단계: 합의가 아니라 법원의 제안입니다
조정 성립은 당사자가 내용에 합의해 조서에 기재되는 절차입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합의가 없거나 합의내용이 적당하지 않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제시하는 해결안입니다. 흔히 ‘강제조정’이라 부르지만, 2주 안에 이의하면 효력을 잃는다는 점에서 곧바로 강제되는 판결과 다릅니다.
결정은 신청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분쟁 전체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원금 일부와 분할지급을 정하거나, 상호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게 하고, 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문의 첫 줄만 읽으면 실제 양보의 범위를 놓칠 수 있습니다.
첫 갈래: 그대로 확정시키기
양쪽 모두 2주 안에 이의하지 않으면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상대방이 정해진 날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별도의 본안판결 없이 강제집행의 기초가 될 수 있습니다. 분쟁을 빨리 끝내고 집행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확정 뒤에는 단순히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다시 다투기 어렵습니다. 분할금 한 번을 늦으면 전체 잔액이 즉시 기한 도래하는지, 지연손해금률이 무엇인지, 담보 제공이나 소유권이전 조건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행 방법이 불명확하면 확정 뒤 새로운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둘째 갈래: 2주 안에 이의하기
이의신청은 결정한 법원에 서면으로 합니다. 2주는 정본 송달 다음 날부터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고,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나 공휴일이면 민사소송법상 기간 규칙을 확인해야 합니다. 전자소송 송달이라면 열람일과 자동송달 간주의 관계도 사건 화면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적법한 이의가 있으면 결정 전체가 효력을 잃고, 조정신청 때 소가 제기된 것으로 보아 소송절차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인지액 보정명령이 오면 조정신청 때 낸 인지를 뺀 차액을 내야 합니다. 이의 이유를 길게 쓰는 것이 필수는 아니지만, 이후 주장 정리를 위해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을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갈래: 상대방의 이의를 예상하고 준비하기
내가 결정을 받아들이고 싶어도 상대방이 이의하면 확정되지 않습니다. 송달 여부와 이의 접수 상태를 확인하고, 동시에 본안소송 자료를 정리해야 합니다. 조정에서 양보한 말이 곧바로 본안의 자백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출된 서면과 객관자료는 계속 기록에 남을 수 있습니다.
| 확인항목 | 받아들일 때 | 이의할 때 |
|---|---|---|
| 금액 | 회수 가능성과 신속성 | 판결 예상액과 추가비용 |
| 기간 | 분할지급 동안의 위험 | 소송기간과 지연손해금 |
| 집행 | 담보·기한이익상실 조항 | 상대 재산 보전 필요성 |
| 범위 | 나머지 청구·반대채권 포기 | 본안에서 남길 청구와 항변 |
자주 생기는 실수
- 결정문 작성일이나 발송일을 기준으로 2주를 계산합니다. 기준은 각 당사자에게 정본이 송달된 날입니다.
- 금액만 보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조항과 비용부담을 놓칩니다.
- 상대방이 낼 이의를 기다리다가 자신도 이의기간을 넘깁니다.
- 이의 뒤 소송으로 자동 전환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보정명령과 변론기일 통지를 놓칩니다.
- 분할지급 합의에 담보나 기한이익상실 조건이 없어 한 번 더 소송하게 됩니다.
준비자료와 다음 단계
결정문 정본, 송달내역, 조정신청서와 답변서, 금액 계산표, 지급가능성 자료를 한 파일로 둡니다. 채권자라면 상대방 재산과 집행가능성을, 채무자라면 현실적 상환계획과 기한이익상실 위험을 검토합니다. 이의할 경우 본안에서 증명할 사실목록과 증거를 바로 정리합니다.
확정시키기로 했다면 2주 경과 뒤 확정 여부와 집행문 필요 여부를 확인합니다. 이의했다면 사건번호 변경이나 소송이행 통지, 인지 보정, 첫 변론기일을 확인합니다. 합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소송으로 넘어간 뒤에도 화해권고나 조정은 가능합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 먼저 펴는 곳: 결정 정본의 주문 전체와 법원 송달내역
- 멈추는 곳: 2주 기간과 나머지 청구 포기·기한이익상실 조항
- 맞춰보는 곳: 조정안의 실수령액·지급시기와 판결 예상액·소요기간을 맞춰봅니다.
- 여백의 메모: 받아들일지의 감정과 집행 가능한 결과인지의 판단을 따로 적습니다.
일부만 이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 대목
결정 주문 가운데 금액은 받아들이고 비용조항만 이의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법한 이의가 제기되면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전체가 효력을 잃는 것이 원칙입니다. 원하는 부분만 떼어 확정시키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안 됩니다. 일부 합의를 유지하고 싶다면 상대방과 별도 화해 가능성을 논의해야 합니다.
공동당사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누구에게 언제 송달됐고 누가 이의했는지에 따라 효력관계를 세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당사자별 이해관계가 다르면 이의 여부를 한꺼번에 추정하지 말고 법원 기록을 조회해야 합니다. 송달불능이나 보정이 있으면 사건 진행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의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상대방의 이의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확정을 전제로 집행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 두 당사자의 송달일이 다르면 마지막 이의기간이 끝나는 날도 달라집니다. 법원에서 확정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시점을 확인한 뒤 이행요구와 집행을 준비합니다.
기억할 한 문장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은 패소 통지가 아니라, 제한된 시간 안에 수락 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법원의 해결안입니다. 결정문을 받으면 먼저 2주의 달력을 펴고, 그다음 금액이 아니라 분쟁 전체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설명하기 위한 글이며,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제출 자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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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