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창고 출입구에서 바라본 배와 부두 위에 따로 놓인 두 밧줄

회생절차에서 함께 묶인 계약은 어디까지 하나일까요 — 이행 선택과 공익채권의 단위

〈판사의 렌즈〉 같은 거래를 위해 작성된 문서라도 모든 채무가 서로의 대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묶음보다 각 급부가 어떤 이행을 담보했는지 읽습니다.

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 — 여러 장의 계약을 무엇을 기준으로 묶을 것인가

한 사업을 위해 계약을 여러 장 작성하는 일은 흔합니다. 원래의 이용 계약에 금융 약정이나 위험 보전 약정이 붙고, 이후 일부 조항이 바뀌기도 합니다. 거래가 하나의 목적을 향하더라도 회생절차에서 모든 계약을 한 단위로 볼 수 있을까요. 관리인이 그중 하나를 계속 이행하기로 했다면 나머지 채권도 같은 지위를 얻을까요. 이 질문은 문서의 분류를 넘어 다른 채권자와의 관계에 영향을 줍니다.

저는 이 문제를 접근할 때, 목적의 공통성보다 급부의 대가관계와 불가분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래 전체를 분해하면 실질을 놓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나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모두 묶으면 본래 독립적인 위험까지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분해와 결합을 어느 순서로 검토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이 글 요약]

관리인의 이행 선택은 계약과 채무의 실질적인 대가관계를 전제로 합니다.

여러 계약의 불가분성과 개시 당시 이행 상태를 각각 검토합니다.

같이 쓰인 계약과 같이 살아야 하는 계약은 구별해야 합니다.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의 출발점 — 개시 당시의 쌍방미이행

채무자회생법 제119조는 쌍무계약에서 양쪽이 회생개시 당시 이행을 완료하지 않은 경우 관리인의 이행 또는 해제·해지 선택을 규정합니다. 시간 기준은 계약 작성일이 아니라 회생개시 당시입니다. 문서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쌍방미이행이라고 할 수 없고, 어느 당사자에게 어떤 채무가 남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선택의 시간적 한계도 있습니다.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뒤 또는 서면결의에 부치는 결정 뒤에는 해제·해지를 할 수 없다는 단서가 있습니다. 상대방은 선택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고, 관리인이 받은 뒤 30일 안에 확답하지 않으면 해제·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봅니다

공익채권의 이유 — 계속 요구한 이행에 상응하는 부담

관리인이 상대방의 이행을 계속 요구하면서 회사의 대가 지급은 과거 채권처럼 처리한다면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제179조 제1항 제7호는 제119조에 따라 관리인이 채무를 이행하는 때 상대방이 가진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정합니다. 이때 공익채권은 도산 절차의 우선적인 처리와 연결되므로 그 범위를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계속 거래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채권이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규정의 이유를 상응성에서 읽습니다. 회사가 실제로 이어받을 이익과 그 이익을 얻기 위해 부담해야 할 대가를 맞추는 것입니다. 여기서 상응성을 느슨하게 읽으면 이행 선택과 멀리 떨어진 채권도 함께 올라갈 수 있습니다. 너무 좁게 읽으면 실질적으로 하나인 계약을 종이의 장수대로 분리하게 됩니다. 계약의 제목과 경제적 효과를 함께 봐야 합니다.

2025년 법원의 판결 — 같은 선박 거래의 별도 면책의무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1다301206 판결은 선박 이용과 조세리스 거래에 관한 여러 계약을 다뤘습니다. 관리인은 원래의 소유권취득조건부 선체용선계약 이행을 선택했습니다. 이후 세무처리 부인으로 생긴 면책청구권이 공익채권인지 문제됐습니다. 대법원은 변경계약의 면책청구권이 원계약과 불가분적으로 결합하거나 그 급부와 본래의 견련성을 가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원심판단을 유지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판결은 계약체결의 경위와 목적, 당사자의 의사, 채무 사이의 대가관계를 종합하여 가분·불가분을 판단하는 기존 법리의 흐름을 확인했습니다. 같은 선박과 관련됐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모든 변경계약이 독립적이라는 판결로 넓힐 수는 없습니다. 변경된 내용의 성질과 대가, 개시 당시의 이행 상태가 사안마다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쟁점 1 — 문서의 통합과 의무의 통합

한 문서에 적힌 여러 의무도 서로 독립적일 수 있고, 여러 문서의 의무가 하나의 교환을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당사자가 편의를 위해 별도 계약을 작성했다는 사실과 실제로 분리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든 사실은 구별해야 합니다. 문서의 제목이나 조항 번호는 확인의 출발점이지만 결론은 아닙니다. 특정 조항을 제거하면 다른 이행을 요구할 수 없는 관계인지 묻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주된 급부를 받기 위한 대가와 독립적인 위험을 인수한 대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사례를 판결의 사실처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읽는 비교 질문입니다. 각 당사자가 어떤 이익 때문에 그 의무를 부담했는지, 한쪽이 없으면 다른 쪽을 유지하려 했을지 살펴야 합니다. 형식의 결합과 거래의 필수적인 결합을 나누는 작업입니다.

쟁점 2 — 대가관계는 실제 이행에서도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 문구는 실제 지급과 인도, 사용과 수수료 자료에 비추어 읽어야 합니다. 특정 대가가 이미 모두 지급됐다면 개시 당시 그 의무가 남아 있는지 별도로 확인합니다. 반대로 지급 시기가 뒤라고 무조건 미이행 채무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지급 의무의 발생 조건과 어떤 급부에 대응하는지 해석해야 합니다. 조건부 의무의 존재와 쌍방미이행의 성립은 구별할 지점입니다.

이 시간표는 채권의 발생 시점을 단순히 계산하기 위한 표가 아닙니다. 개시 당시 서로의 이행을 담보하는 채무가 실제로 남아 있었는지 확인하는 자료입니다. 회생개시 이후 청구액이 확정됐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개시 이후의 공익채권이라고 결론 내리지 않습니다. 원인이 되는 거래와 관리인의 선택이 그 청구를 어떻게 연결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분석 단계핵심 질문중요한 자료
계약 단위분리하면 거래의 실질이 무너지는가원문·변경 합의·체결 경위
대가관계어느 급부가 어느 부담에 대응하는가가격·수수료·권리의 구조
개시 당시양쪽에 무엇이 이행되지 않았는가지급·인도·사용 내역
선택의 범위관리인이 무엇을 계속 요구했는가선택 통지·후속 이행

쟁점 3 — 선택의 대상과 채권 분류

관리인의 이행 선택을 확인한 뒤에는 선택의 표현과 실제 이행을 읽습니다. 모든 계약을 포괄한다는 표현이 있더라도 법이 허용하는 선택의 단위인지 검토해야 합니다. 반대로 계약 하나만 적은 통지가 실질적으로 연결된 급부를 누락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의사표시만으로 법률상 공익채권의 범위를 자유롭게 창조하거나 지울 수는 없습니다.

공익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도 곧바로 채권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생채권 등 다른 분류와 절차상 처리, 이미 이루어진 신고와 계획의 효과를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우선적인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사실과 청구권 자체가 소멸한 사실을 구별해야 합니다. 분류를 둘러싼 다툼은 채권의 존부 문제와 닿아 있지만 동일하지 않습니다.

이론적 대립 — 전체 거래의 보호와 채권자 평등

해석의 한 방향은 거래 전체의 실질을 중시합니다. 사업이 계속되려면 여러 계약이 함께 유지되어야 하므로 일부만 고르는 선택을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이 접근은 관리인이 이익만 받고 부담을 떼어내는 문제를 막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어느 거래까지 한 묶음인지 기준이 넓어지면 공익채권의 범위가 과도하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방향은 법정 요건과 채권자 사이의 형평을 중시합니다. 우선 처리되는 채권이 늘어나면 다른 채권자의 몫과 절차의 예측 가능성에 영향을 줍니다. 각 급부의 독립성이 확인되면 묶음의 표현보다 그 독립성을 존중하자는 논리입니다. 이 접근도 종이의 장수만 세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실질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급부를 나누면 선택 제도의 형평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이 두 방향은 거래의 실질과 절차의 형평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를 강조하는 저의 분석 관점입니다. 해결의 기준은 어느 가치의 이름이 더 강한가보다 그 급부가 실제로 분리 가능한가에 있어야 합니다. 전체 거래의 보호를 주장하려면 결합의 근거를, 채권자 평등을 주장하려면 독립적인 이행 구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반론 — 당사자가 하나의 거래라고 정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당사자의 의사는 계약 해석에서 중요합니다. 하지만 공익채권의 인정은 당사자 둘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산절차 안의 다른 채권자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모든 계약을 불가분이라고 적었다는 사실이 법률상 요건을 자동 충족하는지에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그런 문구가 없다는 이유로 실제 불가분성을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제가 제시하고 싶은 답은 계약 작성 당시의 목적을 실제 급부의 구조로 검증하자는 것입니다. 공통 목적을 주장한다면 왜 각 의무가 서로의 이행을 담보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독립성을 주장한다면 분리 뒤에도 거래를 같은 의미로 유지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양쪽 모두 결론의 이름보다 관계를 입증하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반론 — 뒤에 발생한 위험은 계속 계약의 비용 아닌가

회생 이후 발생한 비용이나 위험이 현재 사업과 관련됐다는 설명은 설득력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성과 상응하는 대가관계는 다릅니다. 과거 약정에서 인수한 위험이 뒤에 현실화한 경우, 그 청구가 어떤 계약의 어떤 급부를 대가로 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발생의 달력과 권리의 발생 원인을 혼동하면 분류가 지나치게 단순해집니다.

동시에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새롭게 부담한 채무가 있다면 과거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같은 분류에 넣어서도 안 됩니다. 관리인의 실제 행위와 새 약정, 이행의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언제 돈을 요구했는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왜 그 돈을 요구할 권리가 생겼는가”를 확인하는 읽기가 필요합니다.

저의 기준과 분석 — 분해하고 다시 결합합니다

만약 제가 이와 같은 쟁점을 만난다면, 저는 먼저 계약을 급부별로 분해하겠습니다. 누가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을 받는지, 의무가 언제 발생하며 어떤 이행을 조건으로 하는지 적습니다. 다음으로 각 급부를 끊었을 때 다른 급부의 성립·이행·존속이 유지되는지 확인하겠습니다. 이때 동일한 목적이라는 설명은 자료와 연결된 이유로 바뀌어야 합니다. 단순한 문서 목록이 관계의 지도로 바뀌는 단계입니다.

그 뒤 개시 당시의 이행 상태와 관리인의 선택을 겹쳐 보겠습니다. 결합의 근거가 약하면 독립적인 분류를 검토하고, 분리가 실질을 왜곡하면 불가분 관계의 근거를 더 확인합니다. 이 순서는 계약을 작게 만들거나 크게 만들기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어느 단위가 제119조의 상호 이행과 제179조의 형평을 가장 정확히 설명하는지 찾는 방식입니다.

잠정적 결론과 남는 질문

“같이 쓰인 계약과 같이 살아야 하는 계약은 구별해야 합니다.” 계약의 목적과 문구만으로 답을 내리지 않고 대가관계, 실제 이행과 선택의 범위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2025년 판결은 복잡한 거래에서도 그 구별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사건에서 공익채권성이 부정됐다는 사실이 다른 복수 계약의 결론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남는 질문은 디지털 서비스나 장기 공급처럼 기능이 결합돼 있지만 계약 당사자와 대가가 여러 층으로 나뉜 거래에서 불가분성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입니다. 기술적으로 함께 작동하는 것과 법률적으로 서로의 이행을 담보하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기능·가격·위험 배분의 세 관계를 자료로 나누는 것이 다음 연구의 출발점입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원계약·변경계약·별도 합의와 개시결정부터 펴겠습니다.

멈추는 곳

사업 목적이 같으니 모두 공익채권이라는 주장에 멈추겠습니다.

맞춰보는 곳

각 급부의 대가와 실제 이행일, 관리인의 선택 범위를 맞춰보겠습니다.

여백의 메모

계약 묶음의 편의가 채권자 사이의 우선순위를 대신하지 못한다고 적겠습니다.

저라면 회생절차의 복수 계약 이행 선택 사건을 만나면 이렇게 검토하고 처리할 것 같습니다

저라면 먼저 모든 계약 원문과 변경 합의, 회생개시 당시의 이행 내역을 확인할 것 같습니다. 각 급부가 무엇의 대가인지 나눈 뒤 여러 계약을 하나로 보아야 하는 불가분성이 있는지 검토하겠습니다. 관리인의 선택을 확인하면 그 범위에 상응하는 상대방 청구를 분류하고, 공익채권 주장과 회생채권의 처리 가능성을 나누어 준비하겠습니다. 별도 대가가 이미 이행됐거나 위험 배분의 독립성이 확인되면 거래 목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결합시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변경 합의나 이행 자료가 나오면 계약 단위와 청구의 분류를 함께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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