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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체크된 고마움

음료를 마친 손님이 예상보다 커진 결제 금액 앞에서 화면을 다시 봅니다. 미리 선택된 감사 금액과 손님이 직접 고르는 마음의 차이를 살펴보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높이 미리 체크된 고마움 — 추가 감사 금액의 선택 경위를 확인하고 빈 체크박스 화면을 손님에게 돌려주는 네 장면

고마움을 고를 자리

네모 하나가 파랗게 채워져 있습니다. 옆에는 감사 금액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음료를 마신 손님은 예상보다 더 붙은 금액을 보고 결제 화면 앞에서 멈춥니다. 이번 만화에서 법률가와 아이가 함께 보는 것은 손님의 인색함이나 넉넉함이 아닙니다. 손님이 결정하기 전에 이미 채워져 있는 칸입니다.

감사를 전하는 마음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직원의 친절이 좋았거나 음료가 마음에 들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과 지금 이 항목을 직접 골랐는지는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일수록, 누가 그 표현을 시작했는지가 오히려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률가는 이 항목을 직접 선택한 것인지 묻습니다. 화면의 이름만 읽고 추가 금액의 뜻을 정하지 않고,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피려는 질문입니다. 손님이 원한 구매 내용과 화면이 미리 제시한 내용이 같은지 확인할 자리를 만듭니다. 결제 직전이라는 짧은 순간에도 당사자의 의사를 다시 들을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아이는 고맙다는 말도 먼저 체크되어 있는지 묻습니다. 숫자와 항목으로 보던 화면이 갑자기 사람의 말처럼 들립니다. 감사하다는 표현은 누군가에게서 나오는 말인데, 여기서는 그 사람이 말하기 전에 화면이 먼저 대답해놓았습니다. 아이의 질문은 감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그 말을 누가 고르고 있는지 조금 다르게 보게 합니다.

우리는 화면이 미리 정한 것을 그대로 지나가곤 합니다. 빠르고 편한 방식일 수 있지만, 모든 항목이 같은 무게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마음을 표현하는 선택이라면 잠깐의 멈춤도 존중받았으면 합니다. 고마움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고마움을 전할 사람에게 자리를 돌려주는 일입니다. 마지막 화면의 작은 네모는 비어 있지만, 그 빈칸 앞에는 이제 결정할 사람이 서 있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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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전에, 화면은 왜 먼저 체크해 두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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