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의 판결 너머 LETTER
격주로 만나는 판결 너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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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편지가 오는지 궁금하실 것 같아
한 통을 살짝 펼쳐 보여드립니다.
법률 이야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살다 보면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 요즘 제가 문득 했던 생각, 알아두면 좋은 이야기와 조금 특별한 우리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습니다.
고민 하나
살면서 한 번쯤 마주치는 고민 하나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정답을 서둘러 말하기보다, 어떤 질문을 먼저 해봐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때로는 법이 판단의 기준이 되고, 때로는 그 사람의 마음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친한 친구가 같이 사업을 하자고 합니다. 좋은 기회 같기도 한데, 친구까지 잃을까 걱정됩니다.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농담처럼 “동업은 하지 마라”는 말을 합니다. 저도 법원에서 돈과 역할을 두고 완전히 틀어진 동업자들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조금 불공평합니다. 잘되는 동업은 애초에 법정에 오지 않을 테니까요.
빌 휴렛과 데이브 패커드는 친구로 만나 HP를 함께 세웠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도 역할은 달랐습니다. 휴렛의 기술적 강점과 패커드의 사업·조직 운영 능력이 서로 보완됐고,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오랫동안 공유했습니다.
어쩌면 중요한 건 ‘친구와 동업해도 될까’보다 친구 사이에서도 불편한 사업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인지 모릅니다.
제가 사건을 보며 자주 문제가 된 것은 이렇습니다.
누가 무슨 일을 할지, 돈은 어떻게 넣고 나눌지, 의견이 갈리면 어떻게 결정할지, 한 사람이 나가고 싶을 때 어떻게 정리할지.
여기에 아주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동업이 민법상 조합에 해당하면 출자금과 조합재산은 법적으로 ‘합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사업용 계좌가 한 사람 명의이고, 그 사람 혼자 돈을 이체할 수 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반이니까 괜찮겠지”에서 끝내지 말고, 계좌는 누가 관리할지, 얼마까지 혼자 지출할 수 있을지, 큰돈을 쓸 때는 누구의 동의를 받을지도 미리 정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계약서를 쓰자는 말은 친구를 의심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동업을 시작하기 전, 이것만은 한번 같이 적어보세요.
- 각자의 역할
- 투자금과 수익 배분
- 의사결정 방법
- 계좌와 지출 권한
- 그만둘 때의 정리 방법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라면, 저는 오히려 그 동업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주, 이런 생각
지난 2주 동안 제가 보고, 읽고, 겪으며 문득 떠올린 생각 하나를 나눕니다.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일이나 책, 사람, 취향에 관한 짧은 이야기 끝에 독자에게 질문 하나를 남겨보려 합니다.
며칠 전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추가 원고를 마무리해 보냈습니다.
출근 전에도, 저녁에도, 주말에도 틈이 나면 원고를 열었습니다. 시간을 쪼개가며 했는데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꽤 즐거웠습니다.
다 마치고 나니 후련함보다 허전함이 앞섰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할 일이 나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래도 내가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을 반복해서 선택해왔는지는 결국 삶의 궤적이 된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생각보다 행동이 나의 철학과 가치를 더 잘 보여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움직임이 그저 멈추지 못해서 이어지는 맹목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아직은 그런 저를 바꾸기보다,
그대로 조금 더 바라보고 싶습니다.
잠깐, 이것만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알아두면 좋은 법과 상식 하나를 짧게 짚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는 조금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카톡도 증거가 될까요?
네. 카카오톡이나 문자, 이메일도 재판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문장만 떼어놓고 보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앞뒤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에 따라 같은 말도 의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판에서는 종종 메시지 한 줄보다 그 대화가 오간 맥락 전체를 함께 봅니다.
그래서 중요한 대화라면 필요한 부분만 캡처하기보다,
앞뒤 내용까지 함께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우리 동네, 조금 특별한 사람들
법은 법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동네에도 있습니다. 동네 서점카페에 모이는 사람들을 통해 법과 일상이 만나는 순간을 만화로 그립니다.
호영, 지수, 준호, 선영, 그리고 조금 수상한 도현, 그리고...
동네 서점카페에 모이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성격과 직업,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러다 일상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마주칩니다.
온라인 후기 하나를 남기는 일,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는 일, 계약서를 쓰는 일처럼 평범해 보이는 순간에도 법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이들이 생활 속 문제를 하나씩 겪고 이야기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법 조문보다 먼저 무엇이 중요한 사실인지, 어떤 질문부터 해야 하는지, 서로 다른 주장 사이에서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리걸 마인드’도 어쩌면 그런 것에 가깝습니다.
정답을 외우는 법이 아니라,
문제를 조금 더 정확하게 바라보는 법.
그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보겠습니다.
지난 2주, 제가 만든 것들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와 여러 곳에 흩어진 글과 영상을 한곳에 모아 소개합니다. 전부 나열하기보다는 지난 2주 동안 만든 것 가운데 함께 보고 싶은 몇 가지를 골라 보냅니다.
글과 영상, 때로는 책과 강의 이야기도 함께 전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2주에 한 번 보내드립니다.
매번 정답을 보내드리지는 못하겠지만,
한 가지 문제를 조금 다르게 바라볼 질문 하나쯤은
함께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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