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승소판결을 받고 채무자의 은행예금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은행이 돈을 보내주기를 기다리면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명령을 받는 것과 돈을 받는 것은 다른 단계입니다. 채권압류는 지급을 막고, 추심명령은 채권자가 그 돈을 받아낼 권한을 부여합니다. 은행에 돈이 있는지, 명령이 송달되었는지, 다른 압류가 있는지에 따라 다음 행동이 달라집니다.
판결을 실행하는 단계입니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은 법원이 채무자의 지급의무를 새로 정하는 재판이 아닙니다. 집행할 수 있는 판결 등 집행권원을 바탕으로 채무자가 제3자에게 가진 금전채권을 대상으로 돈을 회수하는 집행절차입니다. 예금채권에서는 채무자가 예금주이고 은행이 제3채무자입니다. 거래처가 채무자에게 지급할 물품대금이나 고용주가 지급할 급여도 별도의 요건과 제한 아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판결에 적힌 채권자의 청구채권과 압류하는 예금채권은 서로 다른 채권입니다. 전자는 ‘채무자가 나에게 갚아야 할 돈’이고, 후자는 ‘은행이 채무자에게 지급할 돈’입니다. 채무자에게 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해도 은행이 채무자에게 줄 돈이 없다면 이 절차에서 회수할 재산도 없을 수 있습니다. 이 구별이 신청서와 결정문을 읽는 출발점입니다.
신청 전에 세 가지 서류를 맞춥니다
먼저 집행권원의 종류와 집행 가능한 상태를 확인합니다. 집행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집행문이 붙은 정본, 송달증명 등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집행권원에 따라 확정증명이 필요한지도 구별합니다. 가집행선고가 있는 판결처럼 확정 전 집행이 가능한 경우도 있으므로 ‘무조건 확정되어야 한다’는 설명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채권자·채무자·제3채무자의 표시를 맞춥니다. 회사 이름이 비슷하거나 은행과 계열 금융회사를 혼동하면 대상이 달라집니다. 청구액은 원금과 이자, 집행비용을 구별하여 산정하고 이미 받은 금액은 반영해야 합니다. 별지의 압류할 채권 표시도 중요합니다. 여러 은행을 상대방으로 삼을 때 전체 금액을 어떻게 배분했는지와 어느 채권까지 특정했는지가 실제 압류 범위를 좌우합니다.
마지막으로 민사집행법 제224조에 따라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지방법원을 원칙으로 하는 집행법원 관할을 확인합니다. 채무자의 국내 보통재판적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관할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판결을 받은 법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그 법원에 집행신청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소, 집행권원의 당사자 표시, 현재 법인 표시가 어긋나면 나중에 보완해야 합니다.
결정일보다 제3채무자 송달일이 중요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27조에 따르면 압류의 효력은 명령이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때 생깁니다. 법원은 은행에 채무자에게 지급하지 말도록 하고, 채무자에게는 압류된 채권을 처분하거나 지급받지 말도록 합니다. 결정문이 작성된 날과 은행이 송달받은 날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29조의 추심명령은 압류채권자가 별도의 채권자대위절차를 거치지 않고 압류한 채권을 추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렇다고 은행의 자동 이체를 명하는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정문과 송달 관련 서류를 갖추어 제3채무자에게 지급을 청구하고, 제3채무자가 요구하는 신원·권한 확인자료를 준비하는 단계가 이어집니다. 지급 거절의 이유가 채권의 부존재인지, 다른 압류인지, 서류 부족인지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같은 ‘1주’라도 시작점과 의무자가 다릅니다
| 절차 | 기준 시점 | 확인할 내용 |
|---|---|---|
| 제3채무자 진술 | 압류명령 송달일부터 1주 | 진술을 명하도록 신청한 경우 채권·지급 의사·다른 압류 등을 서면 진술 |
| 즉시항고 | 재판 고지일부터 1주 | 불변기간 안에 원심법원에 항고장 제출 |
| 항고이유서 | 항고장 제출일부터 10일 | 항고장에 이유를 적지 않은 경우 제출 |
민사집행법 제237조의 진술최고는 채권자가 법원에 신청하여 제3채무자의 채권 인정 여부, 지급 의사, 다른 청구와 압류 등을 확인하는 장치입니다. 표의 1주는 은행이 돈을 보내야 하는 기한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회신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예금이 있다고 간주할 수도 없습니다.
민사집행법 제15조의 즉시항고는 집행을 자동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기한을 지키는 일과 집행정지를 얻는 일은 구별해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변제 등 실체상의 사유를 주장하는 것과 집행 기초가 된 가집행 판결이 상소심에서 취소된 경우도 구별해야 합니다. 어떤 불만이든 항고장에 적으면 해결된다는 접근은 오해입니다.
받은 뒤의 신고도 회수 절차의 일부입니다
돈을 받았다면 민사집행법 제236조에 따라 추심한 채권액을 법원에 신고해야 합니다. 신고 전에 다른 압류·가압류 또는 배당요구가 있었다면 추심한 돈을 바로 공탁하고 그 사유를 신고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먼저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돈 전부를 자신이 최종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채권자와의 경합이 드러났다면 입금일, 각 압류의 송달일, 배당요구와 신고의 선후를 정리해야 합니다. 돈을 받기 전에는 은행이 공탁하는 절차가 문제 될 수도 있습니다. 회신에 ‘타 압류 있음’이라는 표시가 있을 때 금액만 보고 곧바로 수령을 요구하기보다, 어떤 단계에서 배당 문제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편, 압류 대상이 있다고 모두 회수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가 보호하는 급여·예금 등 압류금지채권의 범위와 생계비계좌의 보호도 확인해야 합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 먼저 펴는 곳: 결정문 다음으로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내역을 펴서 효력 발생 시점을 적습니다.
- 멈추는 곳: 은행 회신의 잔액, 지급 거절 이유, 다른 압류 표시에서 멈춥니다.
- 맞춰보는 곳: 청구액 계산표, 실제 입금내역, 추심신고일과 경합채권의 기록을 맞춥니다.
- 여백의 메모: 은행에서 받지 못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특정한 뒤 다음 절차를 선택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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