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증인석에 앉아 차분히 손을 놓고 질문을 듣는 성인

형사 증인소환장을 받았다면: 출석의무와 증언거부권은 다릅니다

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형사사건 증인소환장을 받으면 법원에 꼭 가야 하는지, 피고인에게 불리한 이야기도 해야 하는지부터 걱정하게 됩니다. 두 질문은 따로 보아야 합니다.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가 있더라도 그것이 곧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정에 갈 의무와 질문에 답할 의무의 범위는 구별됩니다.

증인으로 불렸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증인은 검사나 피고인 어느 쪽의 주장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이 보고 듣거나 경험한 사실을 법정에서 말하고 질문을 받는 사람입니다. 검사가 신청했다고 검사 편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피고인 측이 신청했다고 유리한 대답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재판부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기억의 내용과 근거를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에서 이미 진술했어도 법정에서 다시 부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진술의 정확성을 질문할 기회를 갖고, 법원이 직접 답변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보호받는 범죄신고자라는 사정만으로 출석의무가 당연히 면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보호와 출석은 함께 조정할 문제입니다.

소환장을 받으면 일정과 연락처부터 확인합니다

법원, 사건번호(!), 증인신문 날짜와 시간, 법정 위치, 담당 연락처를 확인합니다. 신분증도 준비해야 합니다. 주소나 연락처가 바뀌었다면 연락이 끊기지 않도록 담당 재판부에 알려야 합니다.

질병이나 입원, 다른 불가피한 사정으로 출석하기 어렵다면 기일 전에 사유와 자료를 제출하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고 기일이 자동으로 변경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에 접수되었는지와 변경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전화로 어렵다고 말한 뒤 답을 확인하지 않고 출석하지 않는 방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석 준비에 모든 증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소환장 수령 후 며칠 이내’라는 답변기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출석 시점은 소환에 지정된 기일입니다. 사유 제출은 담당 재판부가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가능한 한 빨리 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 자료 제출을 명받았다면 그 별도 기한을 따로 기록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에는 제재가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151조는 소환장을 송달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불출석으로 생긴 소송비용의 부담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과태료 재판 뒤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불출석하면 7일 이내 감치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제152조에 따른 구인도 별개의 조치입니다.

처음 한 번 빠졌다고 곧바로 감치될 리 없습니다. 그렇다고 친분이나 직장 일정이 있으면 언제나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판단에 필요한 사실을 법원에 구체적으로 알리고 증빙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법정에 가지 않는 방법을 찾기보다 출석이 어려운 이유와 조정이 필요한 범위를 명확히 하는 편이 문제를 풀기 쉽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후 출석하면 대체로 취소됩니다(감치는… 적어도 제 경험 상으로는 본적이 없네요)

증언거부권은 불리한 질문에서 따로 판단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답변으로 자신이나 법이 정한 관계자의 형사책임이 드러날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합니다.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 등이 포함됩니다. 다만 친족의 사건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질문이 같은 범위에서 거부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질문에 답하면 어떤 형사책임이 드러날 우려가 있는지를 구별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49조의 업무상 비밀에 대한 증언거부도 특정 직업과 업무상 위탁관계, 타인의 비밀이라는 조건 아래 인정됩니다. 모든 회사원이 알고 있는 모든 사내 정보가 이 조문에 따라 거부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밀을 맡긴 본인의 승낙이나 중대한 공익상 필요에 관한 예외도 있습니다. 비밀유지 약정을 체결했다는 말만으로 법정의 증언의무가 사라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증언거부권을 판단받으려면 어떤 관계나 업무상 사정이 있는지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권리 판단을 받기 전에 보호하려는 내용을 모두 털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질문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설명하고 재판장의 판단을 구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60조는 제148조·제149조에 해당하는 증인에게 신문 전에 증언거부권을 설명하도록 합니다. 해당 사정이 있다면 법정에서 관계나 업무상 지위를 먼저 알리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기억을 정리하되 대답을 맞추지는 않습니다

준비할 것은 말의 완성도가 아니라 기억의 경계입니다. 사건의 날짜와 장소, 직접 본 일,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일, 자료를 보아 알게 된 일을 구별합니다. 자신의 메모나 당시 메시지를 살펴보았다면 무엇을 보고 기억을 되살렸는지도 정리합니다. 법정에서 자료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면 임의로 계속 읽기보다 재판장에게 허용 여부를 확인합니다.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데도 질문에 맞춰 추정한 숫자나 시간을 사실처럼 답하면 진술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당시 보았습니다’, ‘나중에 들었습니다’, ‘지금 자료를 보니 알겠습니다’는 서로 다른 정보입니다. 기억이 없으면 그 범위를 그대로 말하고, 질문이 여러 사실을 한꺼번에 묻거나 전제가 틀리면 나누어 묻거나 다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검사나 변호인은 “그러한 일이 없었던 것입니까? 아니면 기억을 못하는 것입니까?”란 질문으로 그 경계를 나눕니다.

다른 증인이나 당사자와 표현을 맞추는 일은 기억 정리와 다릅니다. 누군가 작성한 문장을 그대로 외우면 자신이 직접 기억하는 사실과 뒤에 들은 이야기가 섞일 수 있습니다. 대답은 짧아도 괜찮습니다. 분명하지 않은 대목을 꾸며 매끄럽게 만드는 것보다 자신이 아는 부분을 정확하게 남기는 일이 재판에 더 도움이 됩니다.

보호가 필요하면 출석 전에 요청합니다

보복이나 대면의 두려움이 있다면 그 사정도 법원에 미리 알립니다. 사건과 증인의 상황에 따라 이용 가능한 증인지원과 보호조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증인에게 같은 방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연락을 끊기보다 재판부가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문을 마친 뒤에는 추가 출석 요청이 있는지 확인하고, 여비 등 비용의 지급절차도 담당자에게 문의합니다. 답변 중에 질문을 잘못 이해해 정정이 필요한 부분을 발견했다면 그 내용과 이유를 재판부에 정확히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미 한 말을 무작정 되풀이하기보다 어느 부분을 바로잡는지 구별해야 합니다. 증인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 사이에 선을 긋는 일입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 먼저 펴는 곳: 소환·송달내역과 증인신청 취지를 펴서 왜 이 사람을 부르는지 확인합니다.
  • 멈추는 곳: 직접 목격과 전해 들은 말이 바뀌는 대목, 기억이 불분명해지는 지점에서 멈춥니다.
  • 맞춰보는 곳: 법정 답변을 당시 메시지·메모와 맞추되 자료를 본 뒤 생긴 기억인지도 확인합니다.
  • 여백의 메모: 답변의 자신감과 정확성은 같은 항목이 아닙니다. 권리와 보호 필요성도 따로 적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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