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렌식 작업실 책상에 휴대전화와 분리된 케이블, 복제 저장장치가 남아 있는 장면

전자정보 압수는 언제 끝날까 — 선별 뒤 남은 복제본과 재탐색

휴대전화 전체를 복제했더라도 전자정보 압수는 혐의와 관련된 정보를 골라 출력하거나 따로 저장한 때 끝납니다. 그 뒤 복제본에 남은 무관정보는 삭제·폐기해야 하고, 몇 달 뒤 다른 혐의를 찾으려고 그 복제본을 다시 검색하면 영장 없이 수색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0도3050 판결). 다만 선별이 끝나기 전의 적법한 탐색 중에 우연히 별건 정보를 발견하고 곧바로 탐색을 멈춘 뒤 별도 영장을 받았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판사의 렌즈〉

저는 이 문제를 ‘복제본이 남아 있느냐’가 아니라 ‘선별이 언제 끝났느냐’에서 시작합니다. 종료 시점을 먼저 날짜로 못 박아 두고, 그 뒤에 누가 언제 무엇을 찾으려고 복제본을 다시 열었는지를 시간순으로 붙여 봅니다. 새 영장이나 증거 동의는 그 시간표를 다 그린 다음 마지막에 봅니다.

이 글은 전자정보 압수가 언제 끝나는지, 그리고 선별 뒤 남은 복제본의 보관·재탐색·삭제를 판례 전체의 틀로 정리합니다. 휴대전화 전체를 엑셀로 옮긴 개별 사안은 휴대전화 전체를 엑셀로 옮긴 수사는 적법한가에서, 포렌식이 끝난 뒤 별건 녹음파일을 다시 찾은 사안의 증거능력은 휴대전화 포렌식이 끝난 뒤 별건 자료를 다시 찾았다면에서 판결 하나씩 깊게 다룹니다.

전자정보 압수는 정확히 언제 끝나나요?

전자정보 압수는 휴대전화를 가져간 순간이나 전체 복제를 마친 순간이 아니라, 관련 정보를 골라 출력하거나 별도로 저장하는 일까지 마친 때 끝납니다. 대법원은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긴 뒤 복제·탐색·출력하는 일련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탐색하는 단계에도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무관정보의 임의 복제를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전자정보 압수수색은 한 번의 행위가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치는 하나의 절차입니다. 단계마다 법이 묻는 것이 다릅니다.

단계수사기관이 하는 일법이 묻는 것
저장매체 확보휴대전화·노트북을 가져감범위를 정한 출력·복제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했는지(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
전체 복제(이미징)저장매체 전체를 복제본으로 만듦압수의 방법일 뿐, 전체가 압수된 것은 아님
검색·선별사무실에서 검색어·기간으로 탐색참여권 보장, 혐의사실과의 관련성
출력·별도 저장관련 정보만 추려 목록 작성압수가 끝나는 기준 시점
선별 뒤 보관남은 복제본의 처리무관정보의 삭제·폐기·반환
재탐색·별건 이용나중에 복제본을 다시 검색최초 압수와 별개인 새 수색으로서의 통제

종료 시점이 다투어지면 법원은 수사기록의 날짜로 그 시점을 정합니다.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7532 판결 사안에서는 휴대전화 전체를 이미징해 저장하고 휴대전화를 돌려준 무렵에는 늦어도 압수 절차가 끝났다고 보았고, 나중에 상세목록을 교부했다는 사정만으로 절차가 계속 중이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최근 대법원 2026. 10. 1. 선고 2026도11005 판결도, 중단된 영장 집행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자료가 없고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로 수사를 마무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면 늦어도 그 무렵 집행이 끝났다고 보았습니다.

선별이 끝나면 남은 복제본은 어떻게 되어야 하나요?

선별이 끝나면 복제본에 남은 무관정보는 삭제·폐기되어야 하고, 복제본은 더 이상 탐색·복제·출력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2020도3050 판결과 2025도17532 판결은 이 원칙을 밝히면서, 그 뒤 수사기관이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선별해 압수한 결과물뿐이라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수사준칙 제42조도 탐색·복제·출력을 마치면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지체 없이 교부하고,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돌려받았으니 압수도, 데이터도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2025도17532 사안에서 수사기관은 휴대전화를 돌려준 날에도 전체 이미징 파일을 시스템에 저장해 두고 있었습니다. 기기의 반환과 데이터의 폐기는 별개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종이 서류와 전자정보의 차이를 생각합니다. 종이 한 상자를 압수하면 침해는 대체로 상자를 가져간 날에 머뭅니다.

스마트폰 전체 이미지는 서버에 남아 있는 동안 몇 년 치 대화와 사진, 위치 기록을 언제든 다시 열 수 있게 하므로, 침해가 보관 기간 내내 이어집니다. 그래서 최초 취득이 적법했다는 사실이 그 뒤의 접근까지 적법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데이터가 처리되는 과정을 최초 취득, 복제·보존, 검색·선별, 선별 뒤 보관, 사후 접근·재검색, 별건 이용, 폐기·환부로 나누어 보면 문제가 분명해집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앞의 세 단계, 곧 ‘어떻게 압수할 것인가’에 집중돼 왔습니다.

이제는 뒤의 네 단계, 곧 ‘압수한 뒤 데이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로 무게가 옮겨 가고 있습니다.

몇 달 뒤 예전 복제본을 다른 혐의로 다시 검색해도 되나요?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새로운 범죄혐의를 수사하려고 무관정보가 남아 있는 복제본을 열람하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으로 압수되지 않은 전자정보를 영장 없이 수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보았습니다(2020도3050).

2020도3050 사안의 장면은 이렇습니다. 수사기관은 다른 사건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탐색하다가 이 사건 혐의와 관련된 녹음파일 등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탐색을 멈추고 영장을 받는 대신, 그 정보를 대검찰청 통합디지털증거관리시스템(D-NET) 서버에 약 3개월 동안 그대로 보관하다가 영장 없이 탐색·복제·출력했습니다. 원심은 나중에 새 영장을 집행해 얻은 증거는 처음의 위법과 인과관계가 희석됐다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선별 뒤의 보관과 재탐색을 최초 압수의 단순한 연장으로 보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나중의 접근은 그 자체로 새로운 기본권 침해이고, 따라서 그 접근을 정당화할 근거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안과 아래 2025도17532 사안은 당시 검찰이 직접 수사하던 때의 일입니다. 2026. 10. 2.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사법경찰관이 수사하고 영장은 사법경찰관의 신청과 검사의 청구로 판사가 발부하지만, 선별이 끝난 복제본을 영장 없이 다시 뒤질 수 없다는 판단 구조는 어느 수사기관에나 그대로 적용된다고 봅니다.

2026도11005 판결 사안도 같은 선 위에 있습니다. 수사기관은 탐색 중 별개 범죄에 관한 정보를 발견해 탐색을 멈추었지만 그 정보에 관한 영장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복제본을 그대로 보관했습니다.

그러다 집행이 끝난 뒤 영장 없이 다시 탐색해 출력했고, 그 출력물을 대상으로 다시 영장을 받았습니다. 대법원은 이미 삭제·폐기되었어야 할 정보를 대상으로 한 영장이어서 위법이 치유되지 않는다고 보고, 증거능력을 부정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탐색 중에 우연히 별건을 발견했다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압수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적법한 탐색 중에 우연히 별건 정보를 발견했다면, 탐색을 즉시 멈추고 법원에서 별도 영장을 받은 경우에 한해 그 정보도 적법하게 압수할 수 있습니다. 2011모1839 결정이 세운 원칙이고, 2020도3050·2025도17532 판결도 같은 법리를 되풀이했습니다.

이때도 피압수자의 참여권과 압수 정보 목록 교부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구분우연한 발견나중의 재탐색
시점선별이 끝나기 전, 적법한 탐색 중선별이 끝난 뒤
경위관련 정보를 찾다가 눈에 띔새 혐의를 찾으려고 검색
수사기관이 할 일즉시 탐색 중단, 별도 영장 청구애초에 남아 있으면 안 되는 정보
새 영장의 의미적법한 압수의 근거앞선 위법을 치유하지 못함

실제 다툼은 ‘정말 우연이었느냐’에 모입니다. 2025도17532 사안에서 수사기관은 다른 사건 피의자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를 두 차례 포렌식해 전체 이미징 파일을 저장하고 그 사람을 기소한 뒤에도 파일을 탐색해, 피고인과의 통화녹음파일을 찾아 녹취서까지 만들고 나서야 영장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이 영장이 우연히 발견하고 탐색을 멈춘 뒤 받은 영장이 아니라고 보았고, 대법원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해 무죄로 본 원심의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임의제출의 범위도 정리했습니다. 제출하는 사람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으면, 제출의 동기가 된 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 대상이 된다는 취지입니다.

휴대전화를 스스로 건넸다고 그 안의 모든 정보를 내준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영장을 받거나 증거로 동의하면 앞의 위법이 사라지나요?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무관정보를 삭제·폐기·반환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다시 탐색한 경우, 사후에 영장이 발부되었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했다고 해서 그 위법성이 치유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2020도3050).

영장은 들어가기 전에 통제하는 장치입니다. 이미 열어 본 정보를 뒤에 영장으로 덮는 것은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얻은 진술이나 다른 자료, 곧 2차 증거도 문제 됩니다. 판례는 위법수집증거(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를 기초로 얻은 2차 증거라도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됐다고 볼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2020도3050 판결은 새 영장 집행 때 참여권을 지켰다는 사정 등만으로는 단절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수사기관은 왜 복제본을 남겨 두려 하고, 선은 어디에 그어지나요?

보관할 이유가 있다는 것과 다시 검색할 권한이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수사기관의 설명에도 일리는 있습니다.

재판에서 전자증거의 무결성을 검증하려면 대조할 원본 자료가 필요하고, 압수 과정이 적법했는지 확인하는 데도 쓰이며, 접근할 때마다 새 영장을 받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무결성 문제는 전자증거의 진정성은 해시값 하나로 충분한가에서 따로 다룹니다.

저는 복제본에 대한 사후 접근이 허용되는지를 다음 네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판례가 이 목록을 그대로 제시한 것은 아니고, 판례의 흐름을 정리한 제 생각입니다.

  1. 접근의 목적: 무결성 검증이나 압수 과정 확인인가, 새 혐의의 탐색인가
  2. 탐색 대상과 검색 범위: 이미 선별한 결과물인가, 무관정보까지 뒤지는가
  3. 최초 영장에 적힌 범죄사실과의 관련성
  4. 최초 선별 절차와의 시간적·기능적 연속성: 같은 선별 작업의 연장인가, 끝난 뒤의 새 작업인가

압수 뒤의 보관 기간, 접근 기록, 재접근에 대한 별도 승인, 무관정보의 폐기 시점을 법률로 촘촘히 정한 규정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법원이 세운 기준을 우리는 조금씩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제220조의2는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검증의 전 과정을 영상녹화하고 처분을 받은 사람 등이 그 기록의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게 했는데, 2027. 8. 5.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사무실에서의 탐색·선별이나 그 뒤의 재접근까지 어떻게 기록될지는 시행 뒤의 실무를 지켜봐야 합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디지털포렌식 지원 요청서입니다. 요청서에 적힌 탐색 범위가 ‘관련 대화 내용, 사진’인지 ‘저장된 모든 자료’인지에 따라, 뒤에 이어지는 기록을 읽는 눈이 달라집니다.

그다음 압수한 전자정보 상세목록과 그 교부일을 펴서 선별이 끝났다고 볼 날짜를 가늠합니다.

멈추는 곳

“이미징 파일을 시스템에 저장”이라는 한 줄에서 멈춥니다. 선별을 마친 뒤에 나오는 문장이라면, 그 파일이 언제까지 어디에 남아 있었는지, 무관정보의 삭제·폐기 확인서가 기록에 있는지를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확인서가 없으면 그 뒤의 접근 하나하나가 질문의 대상이 됩니다.

맞춰보는 곳

선별 종료일, 휴대전화 반환일, 기소일, 수사보고서와 녹취서 작성일, 새 영장 청구일을 날짜순으로 주욱 적어봅니다.

포렌식 시스템의 접근 기록이 제출되어 있으면 그것까지 대조합니다.

여백의 메모

복제본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보다, 누가 언제 무엇을 찾으려고 다시 열었는지가 쟁점이다.

휴대폰을 통째로 복제당했다면 무엇을 챙겨야 할까요?

선별이 언제 끝났고 남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됐는지를 보여 주는 서류부터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다툼이 생기면 결국 날짜와 서류가 말하기 때문입니다.

  • 압수한 전자정보 상세목록을 받았는지, 받은 날이 언제인지 확인해 둡니다. 선별 종료 시점을 가늠하는 첫 자료입니다.
  • 무관정보의 삭제·폐기·반환 확인서를 받았는지 확인합니다. 받지 못했다면 복제본이 남아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 휴대전화를 돌려받은 날, 포렌식 참여 통지를 받은 날과 실제로 참여한 날을 메모로 남겨 둡니다.
  • 나중에 다른 혐의로 영장이 집행되거나 기소되면, 영장과 수사보고서에 적힌 증거의 출처가 예전 복제본인지 기록 열람·복사로 살핍니다.
  • 위법한 압수 처분은 준항고(수사기관의 압수 처분을 법원에 다투는 절차, 형사소송법 제417조)로, 재판에서는 증거능력 다툼으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두 길은 목적과 시기가 다릅니다.

전자정보 압수의 끝은 결국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전자정보에서 압수의 끝은 ‘복사가 끝난 순간’이 아니라, 국가가 그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볼 권한이 끝나는 지점에서 찾아야 합니다. 판례는 선별 종료, 무관정보 폐기, 재탐색 금지로 그 지점을 하나씩 그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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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자료

법령·판례 기준일 2026. 10. 23. 이 글은 공개된 판결과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은 사실관계와 절차 단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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