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기 직전 문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바닥 가까이에서 바라본 장면

배상명령은 언제 신청해야 하나: 선고일까지 기다리면 늦는 이유

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사기 사건이 재판에 넘어갔다는 연락을 받으면 피해자는 두 가지를 묻게 됩니다. 처벌은 어떻게 되는지, 잃은 돈은 언제 돌아오는지입니다. 배상명령은 이 두 절차가 만나는 제도입니다. 다만 형사판결이 나오는 날까지 신청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중요한 시점을 놓칠 수 있습니다. 신청의 한계시점은 선고일이 아니라 변론종결입니다.

지금은 수사 단계인가, 공판 단계인가

배상명령은 수사기관에 피해를 신고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사건이 제1심 또는 제2심 형사법원에 계속되어 있을 때 그 법원에 피해배상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경찰에 제출한 진정서나 검찰에 낸 엄벌탄원서에 피해액이 적혀 있다고 해서 법원에 배상신청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 제도는 모든 형사사건의 모든 손해를 해결하는 민사재판의 축소판도 아닙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5조가 정한 범죄와 배상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법정 대상 범죄에서는 직접적인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위자료가 문제 됩니다. 그 밖의 범죄에서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합의된 손해배상액에 관한 길이 있지만, 단지 범죄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대상이 넓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감은 선고일이 아니라 변론종결입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는 제1심 또는 제2심 공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신청하도록 정합니다. 변론종결은 법원이 그 심급에서 심리를 마치고 판결을 준비하는 단계로 넘어간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증인신문일과 선고일 사이에 시간이 남아 있어도 신청기간이 남아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법원 사건조회에 선고기일이 표시되어 있다면 변론이 이미 종결되었는지 바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낼 때는 발송했다는 사실만으로 기간을 지켰다고 단정하지 말고 법원의 접수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재판부가 변론을 다시 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피해자가 신청했다는 이유로 재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은 기간에 기대어 기다리는 것보다 접수기록을 확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항소심에서 신청할 수 있다는 말의 조건

제2심도 신청할 수 있는 심급이라는 사실과, 제1심에서 각하된 신청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다릅니다. 대법원 2022년 1월 14일 선고 2021도13768 판결은 그 차이를 분명히 했습니다. 피해자는 제1심 변론종결 후 편취금 560만 원 등의 배상을 신청했고, 제1심은 늦게 신청했다는 이유로 각하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같은 신청을 다시 하여 일부 인용받았지만 대법원은 배상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신청을 각하했습니다.

이미 각하된 동일한 배상신청은 항소심에서 다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제1심에서 신청하지 않았던 사람이 제2심 변론종결 전에 최초로 신청하는 상황은 구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1심 변론종결 이후 배상명령신청이 접수되면 취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2심에서 새로이 신청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지요(어차피 각하될 것이고, 앞서 말씀드렸듯 각하되고 나면 2심에서 다시 배상명령신청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신청서는 금액의 근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신청서에는 형사 사건번호와 사건명, 법원, 신청인과 상대방 피고인의 인적 사항, 배상의 대상과 내용, 청구금액 등을 적고 서명·날인합니다. 신청서 부본은 상대방 피고인 수만큼 준비하며 인지는 붙이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때에는 말로 신청하여 공판조서에 취지를 남기는 방식도 허용됩니다. 법정 밖에서 담당자에게 피해를 설명한 것과는 다릅니다.

준비자료는 입금내역, 피해 거래에 관한 자료, 반환받은 돈의 내역, 치료비 영수증처럼 청구액과 직접 연결되는 서류가 중심입니다. 총 송금액만 제출하고 일부 돌려받은 돈을 빼지 않으면 산정의 신뢰가 떨어집니다. 여러 피고인이 있다면 각 피고인에게 어느 범위의 책임을 구하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손해액 표를 만든다면 발생액, 회수액, 남은 청구액의 세 칸을 맞추는 것으로도 설명이 상당히 명료해집니다.

다만 보통은 이런 증빙 문제는 잘 안 생깁니다. 범죄일람표에 기재된 피해자들이 보통 배상명령신청을 하고, 그러한 경우는 증빙자료가 모두 증거자료로 있기 때문이지요.

한편, 신청 후 합의금이나 반환금을 받으면 청구액을 그대로 두지 말고 그 사실을 법원에 알려야 합니다. 합의서에는 합의한 금액, 실제 지급된 금액, 앞으로 지급할 금액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합의했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보다 서류와 계좌내역을 나란히 제출하면 법원이 아직 남은 피해를 확인하기 쉽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이와 같이 합의하거나 상계 등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법원이 배상명령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산이 복잡해지기 때문이고, 그 계산을 하기 위해 심리를 더 하는 것은 ‘신속한 처리’라는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절차이지만 불명확한 손해는 따로 판단합니다

유죄판결과 배상명령은 자동으로 함께 나오지 않습니다.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배상책임의 유무·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 때문에 공판이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는 법이 배상명령을 금지합니다. 복잡한 손해의 감정이나 별개의 거래관계 심리가 필요하다면 민사절차에서 다루는 것이 맞을 수 있습니다.

이미 같은 범죄 피해에 관하여 다른 절차의 손해배상청구가 법원에 계속 중이라면 제26조 제7항의 제한도 확인해야 합니다. 기존 민사소송의 이름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청구의 법적 근거와 대상 손해를 살펴야 합니다. 편리한 제도를 두 번 쓰는 문제로 생각하기보다, 서로 다른 법원이 같은 손해배상 문제를 동시에 처리하는지 확인하는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각하된 다음에는 길을 바꾸어야 합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제4항에 따라 신청인은 각하 또는 일부 인용 재판에 불복하지 못하고 동일한 신청을 다시 할 수 없습니다. 이 제한이 곧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배상명령으로 다루지 못한 손해는 민사절차의 가능성, 소멸시효, 이미 지급된 돈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배상명령을 받더라도 실제 회수에는 집행이라는 다음 단계가 남습니다. 피고인이 임의로 지급하지 않는다면 집행에 필요한 재판서와 확정 또는 집행 가능 상태를 확인하고 재산을 대상으로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저는 이 제도를 볼 때 ‘신청할 수 있는가, 금액을 바로 판단할 수 있는가, 받은 명령으로 회수할 수 있는가’를 순서대로 나누어 봅니다. 세 질문의 답은 서로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 먼저 펴는 곳: 소환장이나 안내문보다 신청서의 접수일과 공판조서의 변론종결 기록을 먼저 나란히 놓습니다.
  • 멈추는 곳: 최초 신청인지, 이전 심급에서 같은 피해에 대한 신청이 각하되었는지 확인하는 대목에서 멈춥니다.
  • 맞춰보는 곳: 공소사실의 피해액, 신청금액, 반환받은 돈과 합의서를 대조합니다.
  • 여백의 메모: 처벌의 결론과 돈의 회수는 다른 단계입니다. 현재 열린 절차부터 표시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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