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보호 규정의 예외는 불쾌감으로 넓힐 수 없습니다. 상대방의 신뢰를 만든 구체적인 행위와 그 증거를 확인합니다.
가령 온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했는데 구매자가 뒤늦게 미성년자라며 계약 취소를 요구합니다. 가입 화면에는 성인이라고 표시되어 있었고, 대화에서도 나이를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판매자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이라고 말한 사정만으로 민법상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라고 당연히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계약 당시의 나이, 법정대리인의 동의나 처분허락, 상대방을 믿게 만든 적극적 수단을 나누어 검토해야 합니다.
취소가 가능한지는 하나의 문장으로 답하기 어려운 조건부 질문입니다. 미성년자라는 사실만으로 모든 계약이 취소되는 것도 아니고, 판매자가 믿었다는 사실만으로 보호 규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어느 예외를 주장하는지에 따라 필요한 자료가 달라집니다.
1. 문제: 나이를 숨기거나 성인이라 말한 미성년자도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2. 판단 포인트: 동의·처분허락과 적극적 사술을 별도로 검토하고 증명 대상을 나눈다.
3. 킥: 속았다는 느낌보다 무엇으로 누구를 믿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먼저 현재의 나이 기준을 확인합니다
현재 성년은 19세입니다.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는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권리만 얻거나 의무만 면하는 행위와 처분을 허락받은 재산의 처분 등은 구별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민사상 계약을 대상으로 합니다. 청소년 보호나 특정 업종의 판매 제한은 별도의 법률을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판결에 19세인 미성년자가 등장하더라도 현재 기준으로 오류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당시의 성년 기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오래된 사실관계를 그대로 가져와 지금 19세인 사람을 미성년자로 안내해도 안 됩니다. 나이는 숫자지만 법적 지위는 적용 법률과 체결시점에 따라 판단됩니다.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는 무엇을 겨냥하는 예외일까요
민법 제17조는 제한능력자가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 취소의 제한을 정합니다. 그런데 과연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란 무엇일까요.
대법원 1971. 12. 14. 선고 71다2045 판결은 적극적인 사기수단과 단순히 능력자라고 말한 경우를 구별했습니다. 그리고 ‘적극적인 사기수단’에 해당하여야만,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그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취소권을 배제하려는 상대방에게 그 입증책임(증명책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도, 법정대리인의 동의나 처분허락이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71659, 71666, 71673 판결은 당시 미성년자의 신용구매를 다룹니다. 취소권 행사를 단순히 신의칙 위반으로 배척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독자적 소득과 거래 성격 등 사정을 통해 묵시적 처분허락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보호해야 한다’라는 원칙과 ‘이 거래에 적용할 예외가 있다’라는 판단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 검토할 경로 | 묻는 질문 |
|---|---|
| 법정대리인 동의 | 해당 계약에 동의했는가 |
| 재산 처분허락 | 허락한 재산과 범위 안의 거래인가 |
| 사술에 의한 취소 제한 | 적극적 수단으로 능력 또는 동의를 믿게 했는가 |
소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거래든 허락받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소득의 규모, 그 돈을 스스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사정, 계약의 금액과 성격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소액의 일상적 소비와 장기간 큰 금액을 부담하는 계약을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면 보호 규정의 기능이 지나치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반대 논리: 사용하고 취소하면 불공평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취소 법리는 판매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발생시키고, 이와 같은 우려는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그러나 보호 규정이 적용되는 계약을 불공평하다는 이유만으로 유효하게 만들면 규정이 예정한 결과를 다시 뒤집게 됩니다. 위 2007년 판결이 신의칙으로 취소권을 쉽게 배척하지 않은 이유도 그 지점에 있습니다. 거래의 안전을 고려하되 법정 예외를 통해 고려해야 합니다.
취소 뒤의 반환 문제도 별도로 남습니다. 이미 사용한 물건, 남아 있는 이익, 지급한 대금의 반환 범위는 계약의 취소 여부와 완전히 같은 질문이 아닙니다. 제한능력자의 반환책임에 관한 민법 제141조 등 적용 규정과 개별 사실을 확인해야 합니다. 취소 가능성을 설명하면서 ‘무조건 전액 환불’ 또는 ‘사용했으니 취소 불가’로 압축하면 다른 쟁점이 섞입니다.
사견: 저의 판단 순서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지위, 거래, 허락, 속임의 수단, 반환’의 순서로 정리합니다. 첫째 계약시점의 지위를 고정합니다. 둘째 어떤 법률행위를 했는지 구체화합니다. 셋째 동의 또는 처분허락의 범위를 확인합니다. 넷째 ”속임수로써 자기를 능력자로 믿게 한 경우’를 주장하는 쪽의 자료를 읽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소 효과와 반환 문제를 분리합니다.
이 순서의 장점은 미성년자의 보호와 상대방의 신뢰를 감정적인 대립으로만 만들지 않는 데 있습니다. 보호가 적용되는 범위를 설명하고, 그 범위를 바꾸는 예외를 특정하게 합니다. 대화 속 거짓말을 모두 같은 법적 개념으로 묶지도 않고, 거래의 실제 사정을 지워 버리지도 않습니다.
온라인 거래에서도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되 플랫폼 약관과 개별 계약의 당사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플랫폼이 판매자와 같지 않을 수 있고, 결제 승인과 법정대리인의 계약 동의도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거래가 완료되었다는 사실은 민사상 효력이 모두 확정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결국 문제는 상대방이 나를 속였다는 느낌을 법적 사실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속았다는 느낌보다 무엇으로 누구를 믿게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때 취소권의 보호와 거래 상대방의 반박도 각자의 범위 안에서 평가됩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계약 당시의 나이와 거래 내용을 먼저 펼칩니다. 현재의 성년 나이와 오래된 판결 당시 기준을 섞지 않고 계약 체결일에 적용될 법을 확인합니다.
멈추는 곳
사술로 지목된 구체적 행동에서 멈춥니다. 단순한 말, 변조된 자료, 다른 사람의 행동을 구별하고 미성년자에게 귀속할 근거를 찾습니다.
맞춰보는 곳
부모의 동의 자료와 허락받은 재산 범위를 거래 금액·성격과 맞춥니다. 소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신용거래에 대한 허락을 추론하지 않습니다.
여백의 메모
거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와 법률상 취소 사유를 구별합니다. 취소권의 행사와 그 뒤 반환 범위도 서로 다른 질문으로 남깁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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