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횟수를 세는 데서 멈추지 않고, 행위들이 같은 상대를 통제하려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살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1. 스토킹처벌법의 지속성·반복성은 단순히 몇 번 있었는지를 세는 문제보다 넓습니다.
2. 행위의 종류, 시간 간격, 동일한 의도, 피해자의 거절 이후에도 이어졌는지와 전체 맥락을 종합해야 합니다.
3. 한 행위를 여러 조각으로 부풀려서도, 서로 다른 행위를 따로 떼어 반복성을 지워서도 안 됩니다.
현실의 질문은 몇 번이면 스토킹인가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두 번이면 반복인지, 며칠 간격이면 지속인지 묻습니다. 법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표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법이 보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흐름”일 것입니다. 전화, 메시지, 기다림, 물건 전달, 온라인 접근처럼 행위 형태가 달라도 특정 상대에게 향한 통제와 접근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같은 날 이어진 하나의 행위를 여러 번으로 잘게 나누어 반복성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법이 보호하는 것은 평온한 생활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연락하는 등의 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규율합니다. 지속 또는 반복은 개별 행위가 우연한 접촉인지, 상대방의 평온을 계속 침해하는 유형인지 가르는 표지입니다.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명확한 거절, 접근 목적, 장소와 시간대가 함께 고려됩니다.
2026도2108이 던진 질문
대법원 2026. 4. 16. 선고 2026도2108 판결은 스토킹행위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판결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결론만이 아니라 개별 행위를 어떤 단위로 묶었는지입니다. 동일한 날의 연속된 행동인지, 시간적 간격을 두고 다시 선택한 행동인지, 연락수단을 바꾸며 접근을 이어갔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네 단계로 나누어 봅니다
첫째 행위 단위를 정합니다.
둘째 각 행위 사이의 시간과 장소 간격을 봅니다.
셋째 거절을 인식한 뒤에도 접근을 다시 선택했는지 확인합니다.
넷째 피해자가 실제로 느낀 불안과 객관적으로 예상 가능한 공포를 구분해 살핍니다.
이 네 단계를 거쳐야, 지속·반복이라는 평가가 단순한 횟수 계산을 벗어납니다.
반대 논리도 검토해야 합니다
행위자 측에서는 업무상 필요, 우연한 동선, 미해결 금전관계 같은 정당한 이유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 주장은 이름만으로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처음부터 배제해서도 안 됩니다. 연락 내용, 사용한 수단, 필요한 범위를 넘었는지, 제3의 공식 채널을 이용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판단을 가르는 구체적 자료
통화목록만으로는 말의 내용과 거절 인식을 알기 어렵습니다. 메시지 원문, 차단 시점, 접근금지 고지, 출입기록, CCTV, 목격자 진술을 시간순으로 맞춰야 합니다. 삭제된 대화가 있다면 복원 가능성과 수집 경위를 따로 검토합니다. 피해자의 공포가 진술에 나타난 시점과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한 기록도 사후적으로 꾸며진 설명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관계될 수 있습니다.
판단 프레임
지속성은 행위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정도를, 반복성은 행위자가 다시 선택해 재현한 정도를 보여줍니다. 둘은 겹치지만 같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의 강한 연속행위는 지속성이, 간격을 둔 재접근은 반복성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행위의 수가 아니라 상대방의 자유와 평온을 침해하는 하나의 패턴이 증명됐는지에 달립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은 연락·접근을 분 단위로 정리한 시간표입니다. 멈추는 곳은 피해자의 거절 또는 차단을 행위자가 언제 알았는지 드러나는 자료입니다. 맞춰보는 곳은 메시지 내용, 위치기록, CCTV와 신고 시점입니다. 여백에는 각 행위를 하나로 묶는 목적이 확인되는지, 업무상 연락이라는 대안 설명이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 적습니다. 행위의 종류, 시간 간격, 동일한 의도, 피해자의 거절 이후에도 이어졌는지와 전체 맥락을 종합해야 합니다.
연락 횟수를 세는 데서 멈추지 않고, 행위들이 같은 상대를 통제하려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살펴야 합니다. 이 관점에 따라 자료들의 작성 시각, 당사자의 후속 행동, 제3자 기록을 대조하면 단순한 가능성과 실제로 뒷받침되는 설명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라면 스토킹 지속·반복 사건을 만나면 이렇게 검토하고 처리할 것 같습니다
저라면 모든 연락과 접근을 같은 크기의 점으로 표시하지 않고 행위 유형, 시간 간격, 거절 인식, 장소를 나누어 표로 만들겠습니다. 결론을 가르는 사실은 각 행동이 우연히 겹친 것인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접근을 다시 선택한 것인지입니다. 정당한 이유가 주장되면 목적과 필요 범위를 메시지 원문과 대체 연락수단으로 검증하겠습니다. 하나의 행동을 과도하게 쪼개거나 서로 이어진 행동을 임의로 떼지 않고 전체 패턴을 평가하겠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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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