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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자리 · 쉬는 시간

준호는 창가에서 잠깐 쉬기로 하고 초시계를 켜지만, 창밖보다 늘어나는 숫자를 자주 바라봅니다. 쉬는 동안에도 시간을 제대로 쓰는지 확인하려는 마음에 조용히 머물러 봅니다.

우리동네 창가 자리 쉬는 시간. 회색 후드의 준호가 창가 탁자에 놓인 휴대폰 초시계를 바라보다 손을 멈추는 다섯 컷.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

준호는 창가에서 휴대폰을 켭니다. 딱 십 분만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생각과 함께 초시계를 시작합니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쉬는 시간을 정하는 장면입니다. 잠깐 손을 놓기 위해 먼저 숫자를 준비하는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에도 시작과 끝을 분명히 두고 싶을 수 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던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고 탁자 위로 내려옵니다. 초시계는 계속 움직이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는 일은 간단하지만, 한번 숫자에 눈을 두면 다음 숫자도 궁금해집니다. 쉬기로 한 자리에서 준호가 반복해서 보고 있는 것은 창밖의 풍경보다 쉬고 있는 시간입니다.

저는 빈 시간이 생겼을 때에도 그 시간이 충분했는지 확인하고 싶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을 잘했는지 살피던 습관이 자리를 옮겨, 잘 쉬고 있는지 묻게 되는 것입니다. 휴식이 반드시 즐겁거나 알차야 한다고 여기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도 평가할 대상으로 남습니다. 준호의 짧은 멈춤에서는 그런 마음의 작은 모순이 읽힙니다.

마지막 창가에는 새로운 성과가 놓이지 않습니다. 화면이 보이지 않는 휴대폰과 그 옆에 앉은 준호가 남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도 없어 보이는 자리입니다. 그 뒤의 시간을 더 나은 휴식이라고 이름 붙이기보다,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은 채 잠시 그대로 두고 싶습니다. 창밖을 보는 일과 숫자를 보는 일 사이의 작은 거리에 머뭅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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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기로 한 십 분, 왜 자꾸 숫자를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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