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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입금

밀린 대금을 기다리던 사람이 낯선 이름의 입금을 확인하고 상담실을 찾습니다. 돌려주겠다는 말 뒤에 남아 있는 잠깐의 안도와 아쉬움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상담이 끝난 뒤 모르는 입금. 입금 내역과 계산지를 펼친 남성이 호영에게 기대했던 대금 이야기를 한다.
상담이 끝난 뒤 모르는 입금. 남성이 휴대전화를 들고 반환을 준비하고, 혼자 남은 호영이 노트를 덮는다.

다시 접은 계산지

낯선 돈을 입금받은 그는 내역과 생활비 계산지를 함께 펼칩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돈을 어떻게 돌려줄지 묻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그런데 돌려주겠다는 대답 뒤에 아깝다는 말이 붙습니다. 법률가는 그 짧은 말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돈을 돌려줘야 하는지 확인하는 일과 아쉬움을 느끼는 일은 서로 다른 자리에 있습니다. 아깝다는 마음을 곧바로 돌려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으면, 그가 분명히 밝힌 의사까지 흐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돈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를 함께 듣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가는 거래처와 이름이 다른지를 묻고 은행을 통해 입금 경위를 확인하자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는 휴대전화를 들고 확인할 준비를 합니다. 누구의 어떤 돈인지 살피는 절차가 남아 있고, 자신의 생활비도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돌아갈 돈을 제자리에 두는 것과, 잠깐 기대했던 생활을 거두는 것이 같은 손에서 이어집니다. 그 아쉬움을 설명했다고 해서 권리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경계를 지키는 사람에게 아무 감정도 없어야 한다고 요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미 정해진 반환 의사를 다시 인정하는 것,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느껴지는 아쉬움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착오로 입금받은 돈을 그대로 사용하면 법적으로 횡령죄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하여야 합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소개 보기 →

기다리던 대금인 줄 알았던 입금, 이름이 다르면 어떤 마음이 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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