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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씩 산 건반

헤어진 밴드 동료와 반씩 산 건반을 정리하려는 손님이 지분 매수와 공동 매각을 제안합니다. 절반의 돈과 함께 만든 시간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지 생각합니다.

반씩 산 건반 · 1번째 이미지
반씩 산 건반 · 2번째 이미지

나눌 수 없는 몫

전자건반 사진과 영수증 봉투가 테이블 위에 놓입니다. 그는 친구와 돈을 반씩 내어 산 물건을 정리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팔아서 절반씩 나누면 계산은 선명해 보이지만, 건반은 지금도 친구의 작업실에서 연주되고 있습니다.

같이 산 물건은 금액만으로 시작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함께 만들던 음악과 연습하던 시간, 누가 더 자주 썼는지에 대한 기억이 소유의 감각에 섞입니다. 그래서 손님은 자신의 몫을 받고 싶으면서도, 건반을 당장 팔아 친구의 연주를 멈추게 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구매 내역과 보관·사용 약속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공유물 전체를 처분하거나 바꾸는 일에는 다른 공유자의 동의가 필요할 수 있고, 실제 지분은 영수증과 이체 내역, 두 사람의 합의에 따라 확인해야 합니다. 법적 이름을 붙이기 전에 무엇을 함께 샀고 어떻게 쓰기로 했는지부터 정리해야 선택지가 보입니다.

그는 종이에 ‘지분 매수’와 ‘공동 매각’을 나란히 적습니다. 친구가 손님의 몫을 사서 계속 연주하거나, 두 사람이 함께 팔아 대금을 나누는 방법입니다. 어느 쪽을 자신이 막바로 선택하기보다 가격의 기준과 답할 날짜를 함께 제안하기로 합니다. 관계를 끝내는 통보가 아니라, 미뤄둔 공동 결정을 다시 요청하는 문장입니다.

그가 떠난 뒤 접힌 영수증과 낡은 밴드 스티커가 남습니다. 저는 스티커를 떼지 않고 영수증 봉투 위에 살짝 붙여 둡니다. 물건의 가격은 나눌 수 있어도 그 물건 곁에서 보낸 시간까지 같은 비율로 자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누기 어려운 기억이 현재의 소유를 영원히 흐리게 둘 이유는 아닙니다. 오히려 추억과 정산을 같은 것으로 여기지 않을 때 서로에게 선택지를 건넬 수 있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소개 보기 →

반씩 산 물건은 어떻게 끝까지 나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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