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계약서에 큰 위약금이 적혀 있습니다. 계약을 지키지 못한 사람은 실제 손해보다 너무 많으니 줄여 달라고 합니다. 상대방은 처음부터 합의한 금액이므로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약속한 돈’과 ‘공정한 돈’ 사이에서 법원은 어느 순서로 판단할까요?
감액의 숫자를 정하기 전에, 그 약정이 지키려던 계약상 이익을 확인합니다.
금액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감액되지는 않습니다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한 약정은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정액이 실제 손해보다 많거나 숫자가 크다는 사정만으로 자동 감액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2023년 8월 18일 선고 2022다227619 판결은 약정의 기능과 체결 경위, 계약 목적 등을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먼저 정한 배상액은 손해액 증명의 어려움을 줄이고 분쟁을 예방하며 이행을 확보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후에 손해액을 정확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약정의 의미를 모두 없애면, 미리 금액을 정한 취지가 흔들립니다. 감액은 약정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작업과 다릅니다.
1. 합의한 위약금이 너무 크다는 다툼이 생깁니다.
2. 약정의 성격·보호할 이익·공정성을 차례로 봅니다.
3. 줄이는 판단도 약정의 이유를 생략할 수 없습니다.
첫 질문은 이 돈의 성격입니다
계약서에 위약금이라고 쓰여 있어도 그 기능을 살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채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별도의 위약벌인지에 따라 검토할 법리가 달라집니다. 민법 제398조는 위약금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하지만, 계약 내용과 경위에 따라 다른 성격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하는 약정의 감액을 중심으로 합니다. 위약벌에 같은 감액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 않습니다. 위약벌인지가 다투어지는 사건에서는 우선 해당 문구가 어떤 손해와 의무를 대상으로 하고 다른 배상 조항과 어떤 관계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성격을 판단하는 문장과 과다함을 판단하는 문장을 나누어 쓰는 편이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큰돈이니 위약벌일 것이라는 추측이나, 위약금이라는 제목이니 예정액일 것이라는 단정은 모두 성급합니다. 금액의 크기는 약정의 기능을 보여 주는 여러 사정 중 하나일 수 있을 뿐입니다.
둘째 질문은 약정이 지키려던 이익입니다
판결의 실제 사건에서는 투자와 경영 참여를 둘러싼 약정이 문제 됐습니다. 의무를 위반하면 투자 합계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도록 했는데, 원심은 이를 투자 원금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대법원은 약정 경위와 보호하려던 이익 등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손해는 단순히 투자금을 되돌려받지 못한 문제로만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계약이 유지하도록 한 공동 경영의 구조와 참여의 이익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이 심리를 요구한 것은 그런 유·무형의 이익을 금액 계산에서 바로 지워도 되는지였습니다.
일반적인 계약에서도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금전 지급의 지연을 막으려는 조항인지, 일정한 사업 구조를 유지하려는 조항인지에 따라 약정이 겨냥한 불이익이 다릅니다. 보전하려던 이익을 찾지 않고 계약금액의 몇 퍼센트인지만 계산하면 약정의 이유를 놓칩니다.
셋째 질문: 어떤 사정 때문에 공정성을 잃었나요?
부당한 과다함을 판단할 때는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의 목적, 예정액을 정한 경위, 거래관행과 여러 사정을 고려합니다. 실제 손해나 예상 손해를 알 수 있다면 예정액과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비교는 판단 자료이지 기계적으로 실제 손해액에 맞추는 공식은 아닙니다.
| 검토 순서 | 찾을 사실 | 피할 생략 |
|---|---|---|
| 약정의 성격 | 대상 의무·다른 배상 조항·체결 경위 | 제목만으로 성격을 결정 |
| 보호하려던 이익 | 계약 목적·위반으로 잃은 기회와 재산 | 원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동일시 |
| 부당한 과다함 | 예상·실제 손해와 지위·거래관행 | 큰 금액이라는 인상으로 감액 |
가령 계약 위반이 짧은 기간에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액 이유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빠른 위반 때문에 상대방의 준비 비용이 적었을 수도 있지만, 약정이 중요하게 지키려던 기회가 즉시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이 예시는 판단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가정입니다. 앞 단계에서 보호할 이익을 정리해야 실제 손해와 비교할 기준도 생깁니다.
감액에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습니다
판결은 예정 약정이 없더라도 당연히 지급해야 해서 채권자가 받을 수 있었던 금액보다 더 적게 감액하는 것은 감액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감액으로 약정 자체를 전면 부인하는 결과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예정액을 줄인다는 결론에도 법적 한계가 있습니다.
감액의 기준시점은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입니다. 계약할 때의 상황만 고정해 보는 것이 아니라 이후 발생한 사정도 종합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난 뒤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느낀 부담을 모두 감액 근거로 삼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 자료로 확인되는 사정을 계약의 기능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약속을 존중하는 것과 약자를 보호하는 것
계약의 확실성을 위해 합의한 금액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잘못된 감액은 처음부터 의무를 지키려던 당사자의 신뢰를 해칠 수 있습니다. 반면 강한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부당한 압박을 주는 액수를 일방적으로 정했다면 형식적인 동의만으로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두 우려를 조정하려면 감액을 청구하는 쪽도 무엇이 부당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예상한 위험과 실제 발생한 위험의 차이, 조항을 협의한 과정, 다른 급부와의 균형을 자료로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상대방도 조항이 필요했던 이유와 보호할 이익을 밝힐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억울함과 계약 자유만 대립시키면 사실 판단이 빈칸으로 남습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위약금 조항 앞뒤의 의무와 다른 손해배상 조항을 읽습니다. 한 문장만 복사해 약정의 기능을 설명하지 않았는지 봅니다.
멈추는 곳
‘실제 손해는 없다’는 주장에 멈춥니다. 돈의 반환과 별개로 잃은 계약상 이익이 무엇인지, 자료가 부족한 것인지 손해가 없는 것인지 나눕니다.
맞춰보는 곳
계약 협의 자료와 위반 뒤의 사업·금전 자료를 맞춥니다. 체결 당시의 목적이 사후의 주장과 일관되는지 확인합니다.
여백의 메모
줄일 수 있다는 권한이 약정의 이유를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감액의 숫자 앞에 보호하려던 이익을 적습니다.
위약금을 둘러싼 판단은 큰 금액을 작은 금액으로 바꾸는 계산만이 아닙니다. 어떤 의무를 어떤 위험으로부터 지키려고 정한 돈인지, 그 약속의 적용이 지금 공정성을 잃었는지 차례로 읽는 작업입니다. 금액의 크기보다 약정의 기능을 먼저 묻는 것이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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