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차량을 운전한 사람의 계약서에는 프리랜서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운행에는 정해진 절차가 있었고, 앱을 통해 업무가 배정됐으며, 규정 위반에는 제재가 따랐습니다. 일할 사람의 수를 줄인다는 통보 뒤에는 더 이상 배차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계약의 이름과 하루의 업무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업무를 선택한 뒤에도 무엇을 스스로 정할 수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처음 보이는 문제: 자유롭게 계약한 사람 아닌가요?
프리랜서 계약이라는 문구는 자유롭게 업무를 맡아 수행하는 사업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업무 시간을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었다면 그런 인상은 더 강해집니다. 하지만 선택권이 하나 있다고 독립성이 모두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을 선택할 자유와 선택한 뒤 일을 수행하는 과정의 통제는 구별해야 합니다.
그가 정말 프리랜서인지, 아니면 근로자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용·도급·위임이라는 계약 형식보다 실질적인 종속 관계를 중심으로 보아야 합니다. 업무 내용과 방식의 결정, 지휘·감독, 시간과 장소의 구속, 독립적인 사업 위험의 부담 등을 종합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어느 한 항목의 표시만 보고 점수를 더하는 방식으로는 관계 전체를 읽기 어렵습니다.
다음 살펴볼 문제: 그럼 누가 그의 고용주인가요?
이번에 살펴볼 사건은 <타다 서비스 운전기사의 부당해고 구제 사건>입니다.
서비스에는 여러 회사가 관여했습니다. 차량을 보유하며 서비스를 운영한 회사, 앱을 개발·운영한 회사, 운전기사를 모집해 공급한 협력업체가 있었습니다. 운전기사는 협력업체를 거쳐 일했고 보수도 전달받았습니다.
스윽 훑어 보아도, 그에게 돈을 보내는 회사와 실제 일을 정하는 회사가 달라 보입니다.
그런데 그는 협력업체로부터 원고의 차량 대수 조정 등에 따라 인원 감축 대상임을 통보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이것이 부당해고라며 다투고 있습니다.
자, 일단 우리는 그가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되고, 그 다음은 여러 회사 중에서 누가 그의 고용주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차근차근 보겠습니다.
그가 맡은 업무에는 운행 전 차량 상태 확인과 차량 관리, 단계별 이행 사항 및 금지 사항이 있었습니다. 교육 자료와 앱 안내는 운전 업무의 절차와 제재를 전달했습니다. 별도의 취업규칙이라는 제목이 없더라도 이 자료들은 실제로는 복무규정의 기능을 했던 것은 아닐까요?
운행 내역은 앱에 기록됐고, 이를 바탕으로 근태 관리 자료가 작성됐습니다. 협력업체가 교육이나 면담을 실행했다고 해서 지휘·감독의 내용까지 독자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지시가 마지막으로 전달된 경로와 그 지시를 실질적으로 정하고 관리한 주체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이때 앱은 스스로 의사를 가진 사용자가 아닙니다. 화면에 나타난 지시의 뒤에는 업무를 설계한 회사의 결정이 있습니다. 자동으로 배정되거나 기록된다는 표현이 인간과 조직의 통제를 가려서는 안 됩니다. 기술의 존재와 통제의 존재는 배타적인 관계가 아닙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사정을 살펴보면 그는 왠지 근로자일 것 같습니다.
돈을 전달한 회사와 일을 결정한 회사, 과연 누가 고용주인가요?
그렇다면 누가 그의 고용주가 될까요?
돈의 흐름은 중요한 자료지만 그것만으로 사용자 판단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협역업체가 운전기사에게 돈을 주는 것은 맞지만, 이건 너무 겉만 본 것입니다.
협력업체가 받은 돈을 운전기사에게 전달하고 차액을 수수료로 남기는 구조인지, 스스로 업무와 보수를 정하는 독립 사업자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같은 송금 내역도 계약 구조와 함께 읽어야 합니다.
법원은 서비스 운영자가 차량을 소유하고 비용을 부담했으며, 업무 내용과 보수 등을 정한 사정을 살폈습니다. 앱 운영 회사의 관리 업무는 서비스 운영자를 위한 대행으로 평가됐습니다. 운전기사가 누구의 사업 안에서 누구의 통제에 따라 일했는지가 실제 사용자를 찾는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이 판단을 곧바로 모든 관계 회사의 공동 책임으로 바꾸어 읽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회사가 사용자로 인정됐는지와 그 판단 근거를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기업이 서비스에 관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모두에게 같은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닙니다. 연결돼 있다는 사실과 책임의 법적 근거는 별도로 설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는 운전기사는 근로자가 되었고, 서비스 운영자가 고용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그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다툴 수 있습니다.
한편, 근로자인지 여부는 노동법 적용의 출발점입니다. 이후 업무 종료가 해고인지, 정당한 이유와 절차를 갖췄는지는 별도로 판단합니다. 배차가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항상 해고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계약 종료의 의사와 실제 노무 제공 차단을 확인해야 합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프리랜서 계약서와 실제 업무 안내를 함께 읽습니다. 계약상 재량이 업무 단계마다 어떻게 줄어들거나 남아 있는지 표시합니다.
멈추는 곳
‘앱이 자동으로 정했다’는 문장에서 멈춥니다. 배정 기준과 제재 규칙의 작성·변경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자료를 찾습니다.
맞춰보는 곳
교육 자료, 운행 기록, 보수 전달 내역과 각 회사의 계약을 맞춥니다. 전달자와 결정자를 같은 회사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여백의 메모
기술이 지시를 전달해도 지시의 법적 주체는 남습니다. 책임을 찾으려면 화면 다음의 계약과 운영 자료까지 읽어야 합니다.
오늘 이 사건을 다시 읽을 이유는 프리랜서라는 이름을 모두 지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계약서의 문구가 현실을 충실하게 설명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입니다. 법원이 들여다본 것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한 사람이 일하는 동안 실제로 남아 있던 자유와 그 자유를 제한한 결정의 출처였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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