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공장의 멈춘 컨베이어 옆에서 직원이 부품 상자를 내려놓는 장면

회생절차 부인권의 상당성 — 정당한 빚을 갚아도 회수 순서는 문제될 수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빚을 갚은 행위가 왜 회생절차에서 되돌려질까요

거래처에 밀린 돈을 갚았습니다. 물건을 받았고 지급기일도 지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관리인이 그 지급을 되돌려 달라고 합니다.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닌데 왜 문제가 될까요. 부인권은 회사 재산을 단순히 지키는 제도이면서 동시에, 회사의 위기가 특정 채권자만 먼저 빠져나가는 기회로 이용되지 않게 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의 연구 질문은 회생절차의 부인권에서 행위의 상당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입니다. 모든 위기 속 변제를 되돌리면 거래가 얼어붙습니다. 반대로 정상적인 빚을 갚았다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넓히면 채권자평등은 마지막까지 기다린 사람에게만 적용됩니다. 저는 상당성을 선한 의도의 문제보다, 거래의 편익과 위험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했는지의 문제로 읽어보려 합니다.

재산이 줄었는지와 공평이 깨졌는지는 다릅니다

회사가 돈을 지급하면서 같은 금액의 부채를 줄였다면 순자산은 그대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산절차에서 각 채권자가 받을 수 있는 몫을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떤 채권자는 전액을 받고 다른 채권자는 줄어든 재산에서 일부만 받게 될 수 있습니다. 회계상 자산과 부채가 함께 줄었다는 사실이 배당의 공평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6다257572 판결은 회생절차에서 재산을 절대적으로 줄이는 사해행위뿐 아니라 특정 채권자를 유리하게 하는 편파행위도 고의부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편파행위에 대해서는 채권자평등을 회피하여 특정 채권자에게 변제한다는 인식이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다른 채권자를 해치려는 의욕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 판결이 말하는 인식을 회사가 어렵다는 인식과 곧바로 동일시해서도 안 됩니다. 사업자는 현금 흐름이 나쁜 때에도 여러 지급을 계속합니다. 어떤 부인 유형이 문제인지, 그 유형에서 요구하는 위기 시점이나 인식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제100조 제1항 제1호의 고의부인과 상당성의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다른 유형의 세부 기한과 요건은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파산판례에서 회생판례로 이어진 상당성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다65049 판결은 구 파산법 아래에서 채권자들에게 불리한 행위라도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상당하거나 불가피하여 그 불공평을 감수해야 하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당시 사건에 적용된 법은 현행 채무자회생법과 다릅니다. 여기서 참고하는 것은 옛 조문의 숫자나 행사기간을 현재 절차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상당성 판단의 논리입니다.

2014. 9. 25. 선고 2014다214885 판결은 현행법상 파산 부인권에서도 상당성을 검토했습니다. 영업정지가 임박한 상황에서 고액 예금자들에게 연락해 지급한 사건에서, 수익자가 고령이고 회사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사회적으로 상당하고 불가피한 지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은 개인적 사정과 거래 자체의 상당성을 구별하게 합니다.

앞서 2020년 판결은 회생의 맥락에서 이 판단을 이어갑니다. 회생이 기업의 존속을 지향한다는 이유로 채권자평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동시에 공평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위기 속 모든 영업 행위를 똑같이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판례가 상당성이라는 예외를 인정하는 이유는 두 가치를 조정할 구체적인 판단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쟁점: 부당성은 누구의 증명 과제인가

이재열·전광백의 「파산절차상 부인권의 일반적 요건에 관한 소고」는 상당성과 부당성의 관계를 다룹니다. 이 견해는 부당성을 다른 일반적 요건과 별개의 독립요건으로 더하기보다 상당성, 즉 부당성의 흠결을 소극적 성립요건으로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관리인이 부당성을 모든 사건에서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고 구성하는지, 수익자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예외 사정을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구성하는지에 따라 소송에서 확인할 사실이 달라집니다. 위 판례들은 상당성이 있다는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책임을 수익자에게 둡니다. 이것은 법원이 수익자를 처음부터 부도덕한 사람으로 본다는 뜻이 아니라, 예외의 구체적인 사정을 누가 자료로 설명해야 하는지에 관한 배분입니다.

저는 상당성 논쟁이 도덕적 언어로 진행될수록 이 배분이 흐려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정당한 채권자였다는 말과 당시의 지급이 다른 채권자에게도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는 말은 다릅니다. 채권의 존재는 거래대금 원장을 보면 확인할 수 있지만, 지급의 불가피성은 생산 일정, 대체 거래 가능성, 자금 조달 조건과 같은 별도의 요건에 대해 확인할 것을 필요로 합니다.

논점확인할 사실혼동하기 쉬운 설명
편파성특정 채권자의 회수와 공동재산 효과부채도 줄었으니 아무 손해가 없다는 주장
상당성지급 필요·규모·가능한 대안정당한 채권이었다는 말만으로 예외 주장
선의행위 당시 알고 있던 사정채무초과를 몰랐으니 충분하다는 주장
증명 과제각 요건과 항변의 자료모든 불확실성을 한쪽에 묶어 전가

저의 분석과 기준: 예외를 주장하려면 비교할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상당성 판단을 위해서는 변제하지 않았을 때 벌어졌을 상황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망했을 것이라는 추상적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생산을 멈추겠다는 거래처의 통지가 실제 있었는지, 같은 물품을 공급할 대안은 없었는지, 필요한 자금과 지급액 사이에 과도한 차이가 없었는지 등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이는 제가 판례의 요소들을 기록 검토의 질문으로 옮긴 분석이며 새로운 법정 요건을 추가하는 뜻은 아닙니다.

첫째는 거래의 목적입니다. 앞으로 받을 핵심 물품의 대금을 지급하는 상황과 오래된 채무를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갚는 상황은 경제적 효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거래가 결합된 경우도 있어 명목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과거 미수금 전액을 먼저 지급하라는 조건이 붙었다면, 새로운 가치가 들어오는 부분과 과거 채무의 우선 회수 부분을 구별해 보아야 합니다.

둘째는 지급 범위입니다. 꼭 필요한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가 필요했는지와 실제로 얼마가 지급됐는지를 비교합니다. 기업을 살리기 위한 지급이라는 설명이 맞더라도 필요한 범위를 크게 넘어서는 지급이라면 다른 채권자에게 떠넘긴 위험이 커집니다. 상당성은 회사 존속이라는 좋은 목적을 한 번 확인하고 끝내는 평가가 아니라 수단과 규모까지 살피는 평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자금의 원천입니다. 별도의 신규 자금을 얻어 지급했는지, 기존 공동재산을 사용했는지, 자금 제공에 새로운 담보나 상환의무가 붙었는지에 따라 전체 효과가 달라집니다. 외부에서 돈이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재산의 침해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유입과 유출을 각각 보면서 새로 생긴 부담까지 함께 적어야 비교가 가능합니다.

넷째는 수익자의 영향력입니다. 변제 압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부당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채권자보다 우월한 정보를 이용하거나 경영진과 결합하여 우선 회수했다면 상당성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거래 중단의 통상적인 협상과 위기를 이용한 편파적 회수는 문구가 비슷해도 배경이 다릅니다. 누가 언제 어떤 정보를 얻었고 어떤 조건을 제시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글 요약]

1 정당한 채권을 변제해도 채권자 사이의 공평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2 상당성과 선의를 나누고 당시의 대안과 기록을 비교합니다.

3 채권의 정당성이 회수 순서의 정당성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선의와 상당성은 같은 항변이 아닙니다

회사의 위기를 몰랐다는 주장은 인식에 관한 항변입니다. 회사의 위기를 알고도 그 지급이 전체 채권자에게 감수할 만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상당성에 관한 항변입니다. 두 설명은 자료가 다르고 논증의 순서도 다릅니다. 몰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 없이 상대방의 자금난은 알려져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법정에서 선의와 상당성을 한 덩어리로 주장하면 스스로 쟁점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2020년 판결은 부인권 제도에서 반드시 채무초과 상태여야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수익자가 채무초과를 알았는지를 선의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장부의 자산가치만 보고 당시 위험 인식을 부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변제가 멈추는 모습, 회수 방식의 변화, 특정 채권자에게만 제공된 조건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회사가 재산이 많다고 들었다는 사실은 수익자에게 유리한 사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부상 자산이 많아도 당장 공동의 채권자들에게 공평하게 지급할 자금이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지급에 편파적인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판단은 한 개의 숫자보다 당시 거래의 전체 맥락을 필요로 합니다.

예상 반론: 엄격한 부인이 회생 가능성을 줄이지 않을까요

공급자가 훗날 대금을 반환할 위험을 두려워하면 어려운 회사와 거래를 중단할 수 있습니다.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 영업을 지속할 수 있어야 회생 가능성도 생기므로 이 우려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상당성의 예외는 바로 그런 거래 안전을 위한 조정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예외를 넓게 선언하는 것만으로 거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는 위험을 줄이려면 정상적인 거래라는 결론의 이름보다 당시의 의사결정 자료를 남기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어떤 공급이 왜 필요했고, 왜 다른 방법이 없었으며, 전체 자금 계획에서 그 지급이 어떤 위치였는지 기록하면 훗날의 검토가 쉬워집니다. 회생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판단 근거가 없었던 것과 근거를 남겨 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또 다른 반론은 수익자에게 너무 많은 내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것입니다. 상대방 회사의 전체 경영 상태를 외부 채권자가 알기 어렵다는 점은 맞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료를 실제로 확보할 수 있었는지, 당시 알 수 없었던 사정은 무엇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예외적 지급을 받은 근거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정까지 언제나 다른 채권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 접근의 한계와 예외 인정의 근거는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잠정적 결론과 남는 연구 과제

상당성은 채권자평등 원칙을 잠시 잊어도 된다는 허가가 아닙니다.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리한 효과를 감수하게 할 구체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묻는 장치입니다. 저는 지급이 필요했다는 주장과 그 금액·조건이 상당했다는 주장을 나누고, 당시 가능했던 대안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당한 채권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그 회수 순서까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남는 과제는 복합거래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입니다. 새 물품 공급과 과거 미수금 회수가 하나의 계약에 묶인 경우, 상당성을 거래 전체로 평가할지 일부 지급의 효과를 별도로 볼지 추가 검토가 필요합니다. 위기 당시의 합리적인 전망과 뒤에 확인된 실제 결과를 얼마나 구별할지도 문제입니다. 사후의 실패만으로 당시 지급을 평가하면 위험을 감수한 모든 거래가 불리해지고, 당시의 기대만으로 평가하면 근거 없는 낙관도 보호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지급 전후 현금 흐름과 미지급 채권 목록을 같은 기준일로 맞춥니다.

멈추는 곳 회사를 살리려 했다는 설명에서 구체적인 공급 일정과 대안 자료가 연결되는지 멈추어 봅니다.

맞춰보는 곳 요구서·조건 변경·자금 유입·지급 시점을 맞추고 경영진과 수익자의 관계를 대조합니다.

여백의 메모 결과의 실패와 당시 선택의 근거를 나누어 적어 둡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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