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하는 손
오늘 마감인 장터 신청을 앞두고, 손목 보조기를 한 참가자가 입력 화면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정해진 접수 절차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사이를 생각해 봅니다.

화면 밖에서 이어지는 신청
장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한데, 보조기를 한 손으로는 신청 화면을 끝내기가 어렵습니다. 포스터의 마감은 오늘입니다. 준비한 물건과 빈 입력칸이 한 테이블에 놓이면서, 참여하고 싶은 뜻과 신청을 마치는 행위 사이의 거리가 제법 멉니다.
법률가는 먼저 안내된 방식대로 접수 방법과 마감을 확인하려 합니다. 어떤 조건으로 신청을 받고 어디까지 마쳐야 하는지 알아야, 서둘러 도왔다는 사실만 남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절차를 임의로 바꿀 수는 없으니, 정확한 확인이 필요한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아이는 포스터 아래의 ‘문의’를 봅니다. 화면의 빈칸을 어떻게 누를지 고민하는 동안, 신청을 전할 수 있는 길이 하나뿐인지 묻습니다. 이 질문이 상황을 바꿉니다. 손의 불편을 해결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신청하는 방법을 함께 살펴보게 되는 것입니다.
참가자의 수공예품은 처음부터 테이블에 놓여 있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참여할 마음을 더 증명하는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뜻이 담당자에게 닿을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하는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포스터에 적힌 작은 ‘문의’는 그 뜻에 문을 열어두는 것 같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같은 신청 화면인데, 누구에게는 왜 더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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