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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안쪽

비 오는 버스정류장에 누군가 두고 간 체크무늬 우산이 놓여 있습니다. 우산을 쓰고 싶은 아이와 법률가의 시선을 따라, 남의 물건을 대하는 태도와 주인을 찾는 일을 생각해 봅니다.

우산 안쪽 4컷 만화. 비 오는 버스정류장에서 아이와 법률가가 벤치에 놓인 체크무늬 우산을 살피고, 아이가 안쪽의 연락처를 발견하자 법률가가 전화를 건다.

우산을 펼치기 전에

버스정류장 벤치 끝에 누군가 두고 간 체크무늬 우산이 놓여 있습니다. 아이는 그것을 가리키며 묻습니다. “안 가져가면 우리가 써도 돼요?” 비를 피할 수 있는 물건이 눈앞에 있으니 써보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 질문에는 당장의 바람이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법률가는 먼저 주인에게 돌려줄 방법을 찾아보자고 말해봅니다. 자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그 우산과 이어진 사람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물건이 필요하다는 마음과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입니다. 하지만 그 돌려줄 방법이란 게, 마땅치 않아서 일단 검색부터 해봅니다. “분실문 습득 시 처리 방법….”

그동안 아이는 벤치 높이에서 우산 안쪽을 봅니다. 안감을 들추자 작은 연락표가 드러납니다. “안쪽에 연락처가 있어요.” 같은 물건을 보고 있어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이렇게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의 발견은 제가 생각하던 반환의 방향에 구체적인 연락 방법을 보탭니다.

마지막에 법률가는 전화를 겁니다. “체크무늬 우산을 찾으시는 분인가요?” 우산을 가져가도 되는지 묻던 이야기가, 그 물건을 찾는 사람에게 닿으려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도 우산을 쓰고 싶다는 첫마음에 머물지 않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벤치 위의 우산을 정돈하고 있씁니다. 그 손에서 원하는 것을 잠깐 미뤄두고 다른 사람의 몫을 살피는 태도를 읽어 봅니다. 주인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눈앞의 같은 물건을 대하는 행동이 달라집니다.

법률가로서 경계를 확인하는 일과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찾는 일이 함께 이어졌으면 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우산 안쪽의 작은 연락표가 그 두 일을 연결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우산은 아직 벤치에 있습니다. 그 곁에서 통화를 하는 손과 안감을 정돈하는 손이 같은 물건을 돌보고 있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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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연락처가 적힌 우산, 그냥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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