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풀어드리는 손호영입니다.
법정에서 확인할 수 없게 된 진술일수록, 그 공백이 누구의 행위에서 생겼고 어떤 예외로 메우려 하는지 따로 살펴야 합니다.
수사기관에서는 사건을 설명했던 사람이 법정에서는 답변을 거부합니다. 재판부와 당사자는 그 말이 사실인지 질문하고 싶지만 답을 듣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수사 때 작성된 조서를 대신 증거로 삼으면 될까요? 하지만 증인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현실과 그 조서를 유죄 판단의 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글은, 증언거부가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예외를 여는 사유인지 검토하고자 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최근 증거법 연구의 문제의식을 구별해 읽어 보겠습니다.
진술 내용과 조서를 사용할 자격은 다릅니다
법정 밖에서 한 말이 문서에 남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문서의 내용이 언제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법칙과 그 예외는 법정에서 원진술자를 질문할 기회, 문서의 성립과 진술 상황 등을 고려해 사용 가능성을 정합니다. 조서의 증거능력과 내용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라는 증명력은 다른 단계입니다.
이 구별은 사건을 실체와 절차로 갈라 한쪽을 덜 중요하게 취급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무엇이 사실인지 정확히 판단하려면 자료를 어떤 조건 아래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상세하게 적힌 문장이나 다른 증거와 맞아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증거능력의 요건을 건너뛸 수 없습니다.
반대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진술 내용이 곧 사실로 확정되지 않습니다. 조서에 드러난 이해관계, 앞뒤의 변화, 객관 자료와의 차이는 이후 증명력의 질문으로 남습니다. 사용 가능성과 사실 인정이 한 문장의 결론으로 합쳐지면 예외 요건과 신빙성 평가가 서로를 대신하게 됩니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두 문턱을 함께 요구합니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일정한 조서·서류의 경우 진술해야 할 사람이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을 때의 예외를 정합니다.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요건도 필요합니다. 흔히 이를 특신상태라고 부릅니다.
첫 문턱은 왜 법정 진술을 얻을 수 없는가입니다. 둘째는 법정 확인이 어려운 그 진술이 어떤 외부 상황에서 이루어졌는가입니다. 원진술자를 질문할 수 없다는 사정 하나가 진술 당시의 신뢰성을 자동으로 입증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수사 당시 분위기가 안정적이었다고 현재의 진술불능 요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와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평가는 겹칠 수 있지만 같지는 않습니다. 법정에서 검증할 기회가 줄어든 자료를 예외적으로 받아들일 때 요구되는 별도의 조건입니다. 따라서 문서 자체의 자세함만 강조하기보다 진술의 경위와 당시 상황을 특정할 자료가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1. 증언거부는 과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자동으로 열지 않습니다.
2. 진술불능·특신상태·피고인의 원인 제공과 적용 법률을 구별합니다.
3. 공백이 생겼다는 사실과 그 공백을 채울 권한은 다른 질문입니다.
증언을 거부한 공범의 조서가 문제된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도13945 전원합의체 판결은 증언거부와 제314조의 관계를 다뤘습니다. 증인은 자신의 사건이 진행 중일 때 증언을 거부했고, 이후 자신의 사건이 확정된 뒤에도 거부했습니다. 적법한 증언거부권이 있는 경우와 정당한 권리 없이 거부하는 경우가 함께 문제됐습니다.
다수의견은 증언거부권의 유무만으로 법정 밖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길이 생기는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라도 원칙적으로 제314조의 진술할 수 없는 경우와 같게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거부가 정당하지 않다는 평가와 피고인의 반대신문 기회를 생략할 수 있다는 평가를 구별한 것입니다.
이 판결을 ‘증인이 말을 안 하면 조서는 언제나 배제된다’는 한 줄로 읽는 것은 꼭 타당한 평가는 아닐 것입니다. 피고인이 증인의 거부 상황을 초래한 예외적인 경우를 별도로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런 사정이 있다 해도 조서의 진술 상황에 관한 요건이 저절로 충족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당한 거부와 부당한 거부를 왜 함께 다룰까요
증언거부권은 자신이나 법이 보호하는 사람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제하지 않는 기능을 가집니다. 그 권리 행사 때문에 증인이 설명하지 않았는데 과거 조서를 곧바로 대체 자료로 사용하면 권리 행사의 의미와 다른 당사자의 방어권이 함께 문제됩니다.
반면 거부할 권리가 없는 증인이 답을 하지 않으면 법정 확인의 기회를 사실상 막습니다. 그렇다면 증인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응답을 요구하는 문제와 피고인에 대한 증거법상의 불이익을 연결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증인의 의무 위반과 피고인의 방어권은 주체가 다릅니다.
저는 이 주체의 차이가 판결을 읽는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증인을 비난할 수 있다는 결론에서 피고인이 그 진술을 다툴 기회를 잃어도 된다는 결론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거부의 정당성과 법정 밖 진술의 사용 가능성을 각각 판단해야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논리를 피할 수 있습니다.
반대의견은 어떤 위험을 우려했을까요
박상옥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정당한 증언거부권이 없는 경우의 거부를 다수의견과 달리 보았습니다. 법정 진술 확보가 불가능해진 현실을 제314조의 사유로 볼 수 있다는 방향입니다. 그렇더라도 진술의 특신상태를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부당한 거부를 이유로 모든 수사조서를 자동 허용하자는 주장은 아닙니다.
이 대립은 절차를 중시하느냐 실체를 중시하느냐의 단순한 구도가 아닙니다. 다수의견은 반대신문이 사라지는 예외를 엄격하게 다루는 위험을 보고, 반대의견은 부당한 거부 때문에 유용한 자료가 배제되는 위험을 봅니다. 서로 다른 위험을 어디서 통제할지에 관한 판단의 차이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외의 첫 문턱과 특신상태의 문턱을 합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부가 부당하다는 사실만으로 전자를 넓히면 후자의 판단에 사건의 유죄 추정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모든 불가능성을 단일한 원칙으로 처리하면 피고인이 원인을 제공한 특수한 경우를 놓칠 수 있습니다.
| 관점 | 부당한 증언거부를 보는 방식 | 별도로 남는 질문 |
|---|---|---|
| 다수의견 | 원칙적으로 진술불능 예외로 보지 않음 | 피고인의 원인 제공 등 특수 사정 |
| 반대의견 | 진술불능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봄 |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
| 공통 검토 | 거부만으로 내용의 진실을 확정하지 않음 | 문서·상황과 다른 증거의 구별 |
피고인의 원인 제공을 막연하게 추정하지 않습니다
증인과 피고인이 가까운 관계이거나 이해를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이 거부를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고 그 행위가 법정 진술을 막았는지의 자료가 필요합니다. 증인이 혼자 결정한 거부와 피고인의 행위로 생긴 거부를 구별해야 합니다.
그 예외를 검토할 때에도 ‘분위기상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을 명시적인 사실처럼 쓰지 않습니다. 접촉 경위, 구체적인 말과 행동, 거부에 이른 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 자료는 거부의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지 과거 진술 전체가 사실이라는 증명이 아닙니다.
저는 공백의 원인과 공백을 채울 자료를 두 칸으로 나누어 적는 방식이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칸에 피고인의 행위를 적고, 둘째 칸에 진술 당시의 특신상태 자료를 적습니다. 하나의 사정이 두 질문에 모두 관련될 수는 있지만 각 요건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재판 준비에서 질문의 순서를 바꿔 봅니다
조서부터 읽으며 믿을 만한 대목을 찾기보다, 먼저 적용 법률과 법정 확인의 가능성을 점검합니다. 작성 주체와 시점, 원진술자의 지위, 거부 이유와 권리, 피고인의 원인 제공 여부를 확인합니다. 그 뒤 어떤 규정으로 사용을 주장하는지와 그 요건의 자료를 맞춥니다.
검사가 사용하는 자료를 다투는 측이라면 증언거부라는 결론만 지적하는 것보다 거부의 근거와 과정, 가능한 확인의 범위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사용을 주장하는 측도 법정 진술을 확보하려 어떤 조치를 했는지와 그 한계, 진술 당시의 특신상태를 각각 설명해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조서의 상세함만 반복하면 법적 문턱에 대한 논증이 비어 있을 수 있습니다.
| 검토 항목 | 확인할 자료 | 혼동을 피할 것 |
|---|---|---|
| 적용 규정 | 작성기관·작성일·경과규정 | 옛 조문을 현재 자료에 그대로 적용 |
| 거부와 원인 | 증인 지위·법정 경과·접촉 자료 | 관계가 가깝다는 이유로 원인 추정 |
| 특신상태 | 진술 경위와 외부 상황 자료 | 상세한 내용만으로 요건 대체 |
| 증명력 | 객관자료·변화·모순 | 사용 가능성을 사실 확정과 동일시 |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문서의 작성 주체와 날짜, 증인신문 경과를 먼저 펼칩니다. 증인이 어떤 질문에서 어떤 근거로 거부했는지와 당시 지위를 확인합니다.
멈추는 곳
진술불능과 특신상태의 주장에 각각 멈춥니다. 같은 말을 두 요건의 결론으로 복사하지 않았는지 살피고 필요한 사실을 구별합니다.
맞춰보는 곳
수사 진술, 법정 출석과 거부, 관련 사건의 진행, 피고인과의 접촉 자료를 시간순으로 맞춥니다. 확인된 사실과 추측은 분리합니다.
여백의 메모
누가 공백을 만들었는지, 어떤 예외로 메우려는지, 남은 검증은 무엇인지 적습니다. 자료의 존재와 자료의 사용, 자료의 무게를 다른 줄에 놓습니다.
저라면 증언거부와 수사조서가 문제된 사건을 만나면 이렇게 검토하고 처리할 것 같습니다
저라면 조서의 작성일과 기관, 증인신문조서와 관련 사건의 경과부터 확인할 것 같습니다. 적용 법률과 거부의 근거, 피고인이 거부를 초래했는지를 나누어 검토하겠습니다. 제314조 적용을 주장하는 자료에서는 진술불능과 특신상태를 각각 특정하겠습니다. 그 뒤 허용되는 증거조사와 남은 확인의 방법을 정리하겠습니다. 경과규정이나 거부 원인이 다투어지면 과거 판결의 결론을 곧바로 옮기지 않고 해당 문서의 법적 성격과 추가 자료부터 살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며, 소속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손호영 #판결너머 #연구노트 #형사소송법 #증언거부 #증거능력 #전문법칙 #반대신문 #특신상태 #314조 #전원합의체 #형사재판 #기록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