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서 사건기록과 양형 자료를 차분히 검토하는 사람

양형은 어떤 순서로 정해질까 — 법정형에서 선고형까지, 항소심이 1심 형량을 바꾸는 때

양형은 법률이 정한 법정형에서 출발해, 가중과 감경을 거친 처단형의 범위 안에서 형법 제51조의 사정을 참작해 선고형을 고르는 과정입니다.
판사는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존중해야 하지만 법적으로 구속되지는 않고, 벗어나면 판결서에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항소심은 1심 형량이 합리적인 재량 범위 안이면 견해가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바꾸는 것을 자제하되, 그 범위를 벗어났거나 새 자료로 보아 1심 형을 유지하기 부당하면 바꿉니다(대법원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판사의 렌즈〉

형을 정할 때 저는 먼저 숫자의 바깥 테두리, 곧 법정형과 처단형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를 계산합니다. 그다음 양형기준에서 어느 유형, 어느 영역에 들어가는지를 보고, 마지막에야 피고인과 피해자의 사정을 하나씩 저울에 올립니다.

이 글은 판사가 형량을 정하는 과정과 항소심이 양형부당을 판단하는 기준을 다룹니다.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을 어떻게 쓰고 어떤 자료를 붙이는지는 항소이유서, 1심 판결의 어디를 무엇으로 다툴까에서 다룹니다.

판사는 형량을 어떤 순서로 정할까?

판사는 형량을 ‘법정형 → 처단형 → 선고형’의 순서로 좁혀 가며 정합니다.

법정형은 법률 조문에 적힌 형의 범위입니다. 처단형은 법정형에서 형의 종류를 고르고 법률상 가중·감경과 정상참작감경을 거쳐 실제로 선고할 수 있게 된 범위이고, 선고형은 그 범위 안에서 판사가 고른 하나의 형입니다.

형량이 정해지는 순서
flowchart TD
    A["범죄사실 확정"] --> B["법정형<br>조문에 적힌 형의 범위"]
    B --> C["형의 종류 선택<br>징역·벌금 등"]
    C --> D["가중·감경<br>형법 제56조의 순서"]
    D --> E["처단형<br>선고할 수 있는 범위"]
    E --> F["양형기준 확인<br>유형·영역 결정"]
    F --> G["선고형<br>형법 제51조 사정 참작"]
    G --> H["집행유예 여부 판단"]
    classDef default fill:#eef0f1,stroke:#5b6670,color:#1f2a33

가중과 감경은 정해진 순서로 합니다. 형법 제56조는 각칙 조문에 따른 가중, 제34조 제2항에 따른 가중, 누범 가중, 법률상 감경, 경합범 가중, 정상참작감경의 순서를 정하고 있습니다.

법률상 감경은 유기징역이면 형기의 2분의 1로 줄입니다(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 판례는 이때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줄인다고 봅니다(대법원 2021. 1. 21. 선고 2018도5475 전원합의체 판결).

예컨대, 법정형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인 죄에 법률상 감경을 한 번 하면 처단형은 ‘6월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 됩니다.

마지막 단계의 정상참작감경은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형을 줄이는 제도입니다(형법 제53조). 예전에는 ‘작량감경’이라고 불렀지만, 2020. 12. 8. 전문개정 뒤 조문 제목은 ‘정상참작감경’입니다.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은 무엇을 보라는 걸까?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은 범인,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자체, 범행 뒤의 사정이라는 네 방향에서 형을 정하라는 지시입니다.

조문은 짧지만, 기록에서는 각 항목이 구체적인 자료로 바뀝니다.

제51조의 항목기록에서 주로 확인하는 것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전과, 가족관계, 직업, 건강, 생활 형편
2. 피해자에 대한 관계가족·직장 등 관계, 관계를 이용했는지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계획성, 수법, 피해의 크기와 회복 가능성
4. 범행 후의 정황피해 회복, 합의, 수사·재판에서의 태도

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3항도 양형기준을 정할 때 고려할 사항으로 같은 요소에 범죄 유형과 법정형, 범죄의 중대성을 가중·감경할 사정, 범죄 전력 등을 더해 적고 있습니다.

형사재판을 하면서 보면, 피고인 쪽이 가장 공들여 준비하는 것은 반성의 말인데 기록에서 형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피해가 얼마나 회복되었는지처럼 날짜와 금액으로 확인되는 ‘범행 후의 정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양형기준은 무엇이고, 판사는 꼭 따라야 할까?

양형기준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범죄 유형별로 권고 형량의 범위를 정해 공개한 기준이고, 판사는 이를 존중해야 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습니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1항).

양형위원회는 대법원에 두며 양형기준을 설정·변경하고(법원조직법 제81조의2), 그 기준을 공개해야 합니다(제81조의6 제4항).

양형위원회가 펴낸 해설에 따르면 양형기준의 큰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범죄군과 유형: 범죄를 묶음별로 나누고, 같은 범죄 안에서도 피해액이나 동기 등에 따라 유형을 나눕니다.
  • 세 영역: 유형마다 감경영역, 기본영역, 가중영역의 권고 형량 범위가 있습니다.
  • 특별양형인자: 어느 영역을 고를지 정하는 인자입니다. 범행 자체에 관한 행위인자와 사람에 관한 행위자·기타인자로 나뉘고, 각각 가중인자와 감경인자가 있습니다.
  • 일반양형인자: 정해진 영역 안에서 구체적인 형을 고를 때 참작하는 인자입니다.
  • 집행유예 기준: 선고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일 때 주요참작사유 등을 견주어 실형과 집행유예 가운데 권고 방향을 정합니다.

한쪽의 특별양형인자가 여럿이면 권고 범위의 상한이나 하한을 더 넓히는 조정 규칙이 있고, 권고 범위가 법률상 처단형과 어긋나면 처단형의 범위에 맞춥니다. 양형기준은 원칙적으로 공소제기 당시 시행 중인 기준을 따르고(새 기준이 피고인에게 유리하면 새 기준), 구약식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거나 공판절차에 회부된 사건에는 적용됩니다.

판사가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면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제2항). 다만 약식절차와 즉결심판절차 등은 예외입니다.

항소심은 언제 양형부당을 받아들일까?

항소심이 양형부당을 받아들이는 것은 1심의 형이 합리적인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거나, 항소심에서 새로 나온 자료까지 보면 1심의 형을 유지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입니다.

양형부당은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로 항소이유에 들어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 피고인은 형이 너무 무겁다고, 검사는 너무 가볍다고 다툽니다.

기준을 정리한 것이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입니다.

문제가 된 장면은 항소심이 1심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1심 형량을 바꿀 수 있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1심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다면,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심판결을 파기해 별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반대로 1심 양형이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거나 항소심에서 새로 나온 자료를 종합해 1심 양형을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면 파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수의견은 항소심도 사후심적 성격이 가미된 속심으로서 고유의 양형재량을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항소심이 자기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로 파기했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하지는 않았고, 이 부분에는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판결이 중요한 까닭은 항소심에서 형이 바뀌는 길을 두 갈래로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1심 양형 자체의 잘못이고, 다른 하나는 항소심에서 새로 나온 자료, 특히 1심 뒤에 달라진 사정입니다.

제 생각에는 피고인 쪽이 항소심에서 현실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주로 두 번째 길입니다. 1심이 이미 본 자료를 다시 내세우기보다, 1심이 알 수 없었던 사정을 보여 주는 편이 판단을 움직이기 쉽습니다.

양형에 관해 흔히 오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양형에 관한 흔한 오해는 대부분 ‘양형기준’과 ‘불복의 범위’에서 나옵니다.

  • 양형기준을 벗어나면 위법이다: 양형기준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벗어나면 판결서에 이유를 적을 의무가 생길 뿐입니다(법원조직법 제81조의7). 양형위원회 해설도 1심이 양형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양형부당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 피고인만 항소해도 형이 무거워질 수 있다: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8조). 검사도 항소했다면 사정이 다르니 검사항소를 받았을 때 확인할 것을 함께 보십시오.
  • 대법원에서도 형량을 다툴 수 있다: 상고심에서 양형부당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한 경우로 제한됩니다(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 집행유예는 형을 줄이는 것과 같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면서 그 집행을 유예하는 것이고(형법 제62조 제1항), 형기 자체를 줄이는 것과는 다릅니다. 유예기간을 실효나 취소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습니다(제65조). 항소와의 관계는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항소하면에서 다룹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1심 판결문의 ‘법령의 적용’과 ‘양형의 이유’ 첫머리를 폅니다. 처단형의 범위와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 범위가 적힌 줄에서 1심의 선고형이 그 범위의 어디쯤에 놓였는지를 먼저 봅니다.

멈추는 곳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라는 문장 앞에서 멈춥니다. 그 앞에 나열된 사정 가운데 1심이 무엇에 무게를 두었는지, 예컨대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는 문장이 결론을 이끌었는지를 가립니다.

맞춰보는 곳

1심 ‘양형의 이유’에 적힌 사정 목록과 항소심에 새로 낸 자료의 목록을 날짜 순으로 나란히 놓습니다. 1심이 불리하게 본 전과는 범죄경력 자료와 대조해 평가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여백의 메모

“1심이 이 자료를 보았다면 형이 달라졌을까?”

그래서 무엇을 챙겨야 할까

  • 1심 판결문에서 처단형의 범위와 양형기준상 권고 범위를 찾아, 선고형이 그 안 어디에 있는지 표시하기
  • 1심 ‘양형의 이유’의 유리한 정상과 불리한 정상을 옮겨 적고, 빠진 사정이 있는지 점검하기
  • 1심 선고 뒤에 생긴 피해 회복, 합의 같은 사정을 날짜가 드러나는 자료로 모으기
  • 1심이 불리하게 본 사정 가운데 사실과 다른 것이 있는지 기록과 대조하기
  • 검사도 항소했는지 확인하기(형이 무거워질 수 있는지가 여기서 갈린다)

양형기준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양형위원회는 양형기준을 공개해야 하고(법원조직법 제81조의6 제4항), 대법원 양형위원회 누리집에 범죄군별 양형기준과 해설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는 원칙적으로 공소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따지므로, 기준이 바뀐 시기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상참작감경과 작량감경은 다른 제도인가요?

같은 제도입니다. 형법 제53조가 2020. 12. 8. 전문개정되면서 조문 제목이 ‘정상참작감경’이 되었고, 판결문에서도 이 표현을 씁니다.

양형기준표의 권고 범위 안에서 선고된 형도 양형부당으로 다툴 수 있나요?

다툴 수 있습니다. 양형부당은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15호의 항소이유이고 권고 범위 안팎을 가리지 않지만, 대법원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1심 형이 합리적 재량 범위 안이면 견해 차이만으로는 바뀌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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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자료

면책

법령·판례 기준일 2026. 10. 30.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상소와 정식재판청구의 기간은 짧고,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의 기간과 방법은 판결문·통지서와 법원의 안내로 확인하시고, 필요하면 변호인 등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

저는 현직 법관이라 개별 사건에 관한 문의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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