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의 특정 대목을 표시하며 항소이유를 정리하는 장면

항소이유서, 1심 판결의 어디를 무엇으로 다툴까 —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 고르기와 구성

항소이유서는 1심 판결이 어디에서 틀렸는지를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가운데 맞는 항목으로 골라 짚고, 그 근거를 기록에서 찾아 제시하는 글입니다. 억울하다는 호소만으로는 부족하고, 판결 이유의 특정 대목을 지목해서 그 잘못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항소심이 그 부분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에 포함된 사유를 심판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판사의 렌즈〉

항소이유서를 펴면 저는 먼저 항소이유의 목록부터 봅니다. 사실오인인지, 법리오해인지, 양형부당뿐인지에 따라 기록의 어느 권을 펼칠지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각 주장이 1심 판결문의 어느 문장을 겨누는지, 그 문장이 흔들릴 구체적 근거가 실제로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글은 항소이유서에 무엇을 어떻게 쓰는지, 좋은 항소이유서란 무엇인지를 다룹니다. 항소장 7일과 항소이유서 20일을 계산하는 방법은 7일 항소장과 20일 항소이유서의 두 시계에서, 불복절차 전체의 지도는 형사재판 불복절차 길잡이에서 다룹니다.

항소이유서에 쓸 수 있는 항소이유는 어떤 것들인가?

항소이유서에 쓸 수 있는 항소이유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에 열거되어 있고, 실무에서는 이를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 절차 위반으로 묶어 부릅니다.

실무에서 부르는 이름조문 근거(제361조의5)다투는 내용
사실오인제14호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칠 때”1심이 인정한 사실이 증거와 맞지 않는다
법리오해제1호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사실을 그대로 두더라도 법을 잘못 적용했다
양형부당제15호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있는 때”형이 너무 무겁다(검사라면 너무 가볍다)
절차 위반제1호(소송절차의 법령위반), 제3·4·7·8·9·11호관할, 판결법원 구성, 공개 규정, 판결 이유의 누락·모순 등
그 밖의 사유제2호, 제13호판결 후 형의 폐지·변경·사면, 재심청구 사유가 있는 때

‘법리오해’라는 말은 조문에 없습니다. 제1호의 법령위반 가운데 범죄의 성립이나 죄명, 죄수(몇 개의 죄인가)를 잘못 판단한 경우를 실무에서 그렇게 부릅니다.

제1호와 제14호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틀린 데가 있더라도 그것을 바로잡았을 때 결론이 달라지지 않으면 항소이유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 중 무엇으로 다퉈야 할까?

사실오인으로 다툴지, 법리오해나 양형부당으로 다툴지는 ‘1심이 인정한 사실을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 하나로 대부분 갈립니다.

사실 자체가 다르다면 사실오인입니다. 사실은 그대로 두되 그 사실이 죄가 되지 않거나 다른 죄라고 본다면 법리오해이고, 사실과 죄를 모두 받아들이고 형만 다툰다면 양형부당입니다.

다툴 항소이유를 고르는 순서
flowchart TD
    A["1심 판결문 '이유' 부분을 읽는다"] --> B{"1심이 인정한 사실을<br>받아들이는가?"}
    B -->|"아니다"| C["사실오인<br>(제361조의5 제14호)"]
    B -->|"그렇다"| D{"그 사실에 적용한 법이<br>맞는가?"}
    D -->|"아니다"| E["법리오해<br>(제361조의5 제1호)"]
    D -->|"그렇다"| F{"형이 적정한가?"}
    F -->|"아니다"| G["양형부당<br>(제361조의5 제15호)"]
    C --> H["절차 위반 점검<br>예비적 양형부당도 함께 검토"]
    E --> H
    G --> H
    F -->|"그렇다"| I["다툴 이유가 있는지<br>다시 검토"]
    classDef default fill:#eef0f1,stroke:#5b6670,color:#1f2a33

여러 항소이유를 함께 쓸 수도 있습니다. 무죄를 주장하면서,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양형부당을 덧붙이는 식입니다.
제 경험상 대체로 사실오인+양형부당, 법리오해+양형부당의 조합이 많았고, 드물게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이때 양형 부분을 ‘깊이 반성한다’는 말로 채우면 앞의 무죄 주장과 부딪쳐 보일 수 있습니다. 양형 사유는 피해 회복이나 생활 사정처럼 사실 다툼과 무관한 자료를 중심으로 쓰는 편이 낫습니다.

고르는 단계에서 가장 조심할 것은 빠뜨림입니다.

판례는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않았고 항소심이 직권으로 판단하지도 않은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양형부당만 주장하고 끝내면, 항소가 기각된 뒤 대법원에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를 새로 꺼내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1심 판결문의 어느 대목을 겨눠야 할까?

항소이유서가 겨눌 대목은 1심 판결문의 ‘이유’ 부분, 그중에서도 증거의 요지,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양형의 이유입니다.

유죄판결의 이유에는 범죄될 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을 밝히고, 법률상 범죄의 성립을 막는 사유나 형의 가중·감면의 이유가 되는 사실을 주장했다면 그에 대한 판단도 밝혀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23조). 다만 정상에 관한 주장까지 판결에 일일이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심이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판단했는지가 이 부분에 드러납니다.

  • 사실오인이라면: 증거의 요지 가운데 결론을 실제로 떠받치는 한두 개의 증거를 찾아, 그 증거를 믿기 어렵거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점을 겨눕니다.
  • 법리오해라면: 법령의 적용과, 주장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1심이 내세운 법리를 겨눕니다.
  • 양형부당이라면: 양형의 이유에 적힌 유리한 사정과 불리한 사정의 목록에서 1심이 보지 못한 것, 지나친 무게를 둔 것을 겨눕니다.

양형의 이유를 읽는 방법은 판사가 형량을 정하는 순서와 항소심의 양형부당 판단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판사로서 기록을 보다 보면 1심에서 낸 변론요지서를 거의 그대로 옮긴 항소이유서를 드물지 않게 만납니다. 1심은 이미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그 주장에 답을 했는데, 항소이유서가 그 답을 건너뛰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 항소심이 새로 볼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쉽게 말하면, 1심의 변론요지서는 검사의 주장에 대해 방어하는 성격이라면, 1심 판결 이후 제출하는 항소이유서는 1심의 판결에 대해 그 잘못을 공격하는 성격이라고 할까요?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편리할 것입니다.

항소이유서는 어떤 순서로 구성해야 할까?

항소이유서는 항소이유마다 ‘주장 → 1심이 본 것 → 기록상 근거 → 원하는 결론’의 네 단계로 구성하면 읽는 사람이 편합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55조도 항소이유서에는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명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길이보다 구체성이 중요합니다.

  • 주장: 한 문장으로 무엇이 틀렸는지 적습니다. 예를 들어 “원심은 증인의 법정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하였으나, 그 진술은 믿기 어렵습니다.”
  • 1심이 본 것: 1심 판결문의 해당 대목을 짧게 요약하거나 인용합니다.
  • 기록상 근거: 그 대목을 흔드는 기록을 쪽수와 함께 적습니다. 수사기록 몇 쪽, 공판조서의 어느 증인신문인지까지 적어야 항소심이 어느 지점을 봐야 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 원하는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해 달라는 것인지, 형을 줄여 달라는 것인지 적습니다. 항소이유가 있으면 항소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판결합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뼈대만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구성의 예이며, 사건마다 항목은 달라집니다.

  • 1. 항소이유의 요지(한 문단)
  • 2. 사실오인 — 원심이 인정한 사실과 근거 / 그 근거가 흔들리는 이유 / 바른 사실관계
  • 3. 법리오해 — 원심이 적용한 법리 / 바른 법리와 적용
  • 4. 양형부당 — 원심 양형 이유의 요약 / 원심이 보지 못한 사정과 판결 뒤 생긴 사정 / 구하는 형
  • 5. 결론
  • 6. 첨부 자료 목록

근거는 우선 기록 안에서 찾지만, 기록 밖에서 찾을 수도 있습니다. 1심에서 증거로 할 수 있었던 증거는 여전히 항소심에서도 판단의 근거인 증거로 할 수 있는데(형사소송법 제364조 제3항), 그에 더해 항소심에서 증인을 새로 신문할 수도 있고(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5 제2항), 증거를 새로이 제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양형부당 항소이유서에는 어떤 새 자료를 붙여야 할까?

양형부당 항소이유서는 1심 판결 뒤에 생긴 사정이나 1심이 보지 못한 사정을 보여 주는 새 자료를 붙일 때 힘이 실립니다. 새 자료가 없다면 1심 양형이 합리적 재량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점을 보여야 합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문제가 된 장면은 항소심이 1심의 형량을 자기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바꿔도 되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안에 있다면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심판결을 파기해 별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1심 양형이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거나, 항소심에서 새로 나온 자료를 종합하면 1심 양형을 유지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파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이 중요한 까닭은 양형부당 항소의 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기 때문입니다. 1심 기록 그대로 ‘조금만 낮춰 달라’는 주장보다, 1심 이후의 새 사정을 보여 주는 자료가 그 문을 엽니다.

  • 피해 회복: 변제 영수증, 공탁서, 합의서처럼 날짜가 드러나는 자료
  • 피해자의 의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이 있다면 작성 경위와 함께
  • 재범을 막기 위한 노력: 치료·교육 이수 자료처럼 기간과 내용이 확인되는 것
  • 생활 사정: 부양가족, 직업, 건강에 관한 객관적 자료

자료마다 무엇을 보여 주려는지 한 줄 설명을 달고, 1심 때 낸 자료와 새 자료를 구분해 두면 항소심이 달라진 점을 바로 봅니다.

‘억울하다’만 쓴 항소이유서는 왜 힘이 없을까?

‘억울하다’만 쓴 항소이유서가 힘이 없는 까닭은 항소심이 판단할 대상, 곧 1심 판결의 어느 부분이 왜 틀렸는지가 그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항소법원은 항소이유에 포함된 사유를 심판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는 항소이유서에 없어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1항, 제2항). 그러나 직권 판단은 법원이 할 수 있는 일이지, 당사자가 기댈 수 있는 약속은 아닙니다.

항소이유 없음이 명백하면 항소법원은 변론 없이 판결로 항소를 기각할 수도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64조 제5항).

문장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증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문장보다 “증인은 수사기관에서는 그 자리에 없었다고 했다가 법정에서는 있었다고 진술했고(수사기록 ○쪽, 공판조서 ○쪽), 원심은 이 차이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문장이 항소심을 움직입니다.

사건을 하다 보면 결론을 바꾸는 것은 대개 긴 호소문이 아니라, 1심이 지나친 진술 한 줄이나 서로 맞지 않는 두 기록의 날짜 같은 작은 사실입니다.

기간도 내용의 일부입니다. 제출기간 안에 낸 항소이유서가 심판의 중심이 되므로, 기간이 지난 뒤 보충서로 새 주장을 덧붙이면 직권으로 살필 사유가 아닌 한 판단 대상에서 밀려날 수 있습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항소이유서의 첫 쪽 ‘항소이유의 요지’와 1심 판결문의 ‘이유’ 부분을 나란히 폅니다. 항소이유서가 겨눈 문장이 판결문에 실제로 있는지, 1심이 그 주장에 이미 답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멈추는 곳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습니다”처럼 항목 이름만 있고 어느 문장인지 없는 대목에서 멈춥니다. 반대로 “원심이 근거로 든 증인의 진술은 같은 사람의 수사기관 진술(수사기록 ○쪽)과 다릅니다” 같은 문장을 만나면 그 쪽수를 바로 폅니다.

맞춰보는 곳

항소이유서가 인용한 쪽수와 실제 기록을 대조합니다. 1심 공판조서에서 같은 주장이 나왔는지와 1심 판결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맞춰 보고, 양형 자료의 작성일을 1심 선고일과 비교합니다.

여백의 메모

“이 주장은 1심 판결문 몇 쪽, 어느 문장에 대한 주장 또는 답인가?”

그래서 무엇을 챙겨야 할까

  • 1심 판결문 ‘이유’ 부분에서 다툴 문장에 표시를 하고, 문장마다 사실오인·법리오해·양형부당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 적어 두기
  • 다투고 싶은 항목은 모두 기간 안의 항소이유서에 넣기(항소이유에서 빠진 것은 상고심에서 되살리기 어렵다)
  • 주장마다 수사기록·공판기록의 쪽수를 붙이기
  • 양형 자료는 1심 때 낸 것과 1심 뒤 생긴 것을 나누어 목록으로 만들고, 자료마다 한 줄 설명 달기
  • 결론에 원하는 판결(무죄, 형의 감경 등)을 분명히 적기

항소장에 항소이유를 적었으면 항소이유서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나요?

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단서는 항소장에 항소이유의 기재가 있으면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를 기각하는 결정의 예외로 둡니다. 다만 항소장에 항목 이름만 적혀 있으면 1심 판결의 무엇이 왜 틀렸는지 드러나지 않으므로, 기간 안에 구체적인 항소이유서를 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항소심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면 항소이유서는 누가 쓰나요?

구속 등 필요적 변호 사건에서 변호인이 없으면 항소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고 그 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합니다(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2 제1항). 항소이유서는 항소인 본인도 낼 수 있으므로(형사소송법 제361조의3 제1항), 강조하고 싶은 사실과 자료는 미리 정리해 변호인에게 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1심에서 자백했는데 항소심에서 사실오인을 주장할 수 있나요?

주장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1심의 자백은 항소심에서도 증거로 남으므로(형사소송법 제364조 제3항), 자백이 왜 사실과 달랐는지와 그것을 뒷받침할 기록이나 새 사정을 함께 보여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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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자료

면책

법령·판례 기준일 2026. 10. 30.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상소와 정식재판청구의 기간은 짧고,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의 기간과 방법은 판결문·통지서와 법원의 안내로 확인하시고, 필요하면 변호인 등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

저는 현직 법관이라 개별 사건에 관한 문의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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