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를 들고 법원 계단 앞에서 다음 절차를 생각하는 사람

항소기각, 상고를 검토할 여지는 있을까요 — 판결과 결정의 구분, 그리고 좁은 상고이유

형사 항소기각을 받았더라도 그것이 ‘판결’이라면 선고일부터 7일 안에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71조, 제374조). 다만 상고이유는 법이 정한 네 가지로 좁혀져 있고(제383조), 판례는 항소이유로 주장하지 않았고 항소심이 직권으로 판단하지도 않은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 그래서 상고를 검토할 여지는 항소심에서 무엇을 다퉜는지, 그리고 선고된 형이 얼마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판사의 렌즈〉

항소기각 뒤의 기록을 펴면 저는 먼저 재판서 첫머리의 ‘판결’과 ‘결정’이라는 글자, 그리고 선고일을 봅니다. 그다음 항소이유서의 주장과 항소심 판결 이유의 판단을 한 줄씩 맞춰 보고, 마지막으로 선고형이 10년 이상인지 확인합니다. 상고할 이유가 남아 있는지는 이 세 단계를 거친 뒤에야 보입니다.

이 글은 항소가 기각된 뒤 그 의미와 상고를 검토하는 기준을 다루고, 형사 상고의 실무 순서를 정리한 글은 상고장 제출부터 대법원 판결까지의 절차를 다룹니다. 상고이유서 20일 기한의 계산은 상고이유서 기한 글에 있습니다.

항소기각은 판결로 나왔나요, 결정으로 나왔나요?

항소기각은 판결로 나올 수도 있고 결정으로 나올 수도 있으며, 어느 쪽인지에 따라 불복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재판서 첫머리에 ‘판결’인지 ‘결정’인지가 적혀 있으니 그것부터 확인하시면 됩니다.

판결로 기각된 경우는 항소심이 항소이유를 심리한 뒤 이유가 없다고 본 것이고, 이유 없음이 명백하면 변론 없이 판결할 수도 있습니다(제364조 제4항·제5항).

결정으로 기각된 경우는 내용이 아니라 절차가 문제된 것입니다.

기각 사유누가, 어떤 형식으로근거불복 방법
항소기간 경과, 방식 위반이 명백함1심 법원의 결정제360조즉시항고
위 사유를 1심 법원이 걸러내지 못함항소법원의 결정제362조즉시항고
항소이유서를 기간 안에 내지 않음항소법원의 결정제361조의4즉시항고
항소이유가 없다고 판단함항소법원의 판결제364조 제4항·제5항상고

결정에 대한 불복은 상고가 아니라 즉시항고이고, 그 기간도 7일입니다(제405조). 어느 법원에 어떤 이유로 낼 수 있는지는 결정문에 적힌 불복 안내로 함께 확인하십시오.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아 기각됐다면 다시 다툴 수 있나요?

항소이유서를 내지 않아 기각된 경우에는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로 다투게 되고, 다툴 지점은 주로 기간 계산과 예외 사유입니다. 항소이유서는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내야 하고(제361조의3 제1항),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항소법원은 결정으로 항소를 기각해야 합니다(제361조의4 제1항).

다만 같은 조항의 단서는 두 가지 예외를 둡니다. 직권조사사유(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살펴야 하는 사유)가 있거나, 항소장에 항소이유가 적혀 있으면 이유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각하지 못합니다.

국선변호인이 관련된 경우에는 형사소송규칙 제156조의2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필요적 변호사건에서 변호인이 없으면 항소법원은 변호인을 선정한 뒤 그 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해야 합니다.

또 피고인이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안에 한 국선변호인 선정청구가 기각되면 청구한 날부터 기각결정을 송달받은 날까지는 제출기간에 넣지 않습니다(다만 처음 기각된 뒤 다시 청구한 경우는 제외).

기록을 보다 보면, 이유서 미제출 기각에서 실제로 다툼이 되는 것은 대개 ‘통지를 언제, 누구에게 했는가’입니다. 송달 주소가 바뀌었거나 변호인 선임과 통지의 순서가 엇갈린 자리에서 당사자가 기간을 잘못 세는 일이 생깁니다.

상대방의 항소가 따로 남아 있지 않다면, 이 결정이 확정되면서 1심 판결도 그대로 확정됩니다. 20일을 세는 방법은 항소기간과 항소이유서 제출기한을 다룬 글에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항소기각 판결이 나면 형량은 어떻게 되나요?

항소기각 판결이 나면 형량은 1심 판결 그대로이고, 상고 없이 7일이 지나면 1심 판결의 형이 확정됩니다. 항소심이 1심 판결을 그대로 두겠다는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검사와 피고인이 모두 항소한 사건에서는 주문을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판결 이유에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적혀 있어도 검사의 항소가 받아들여졌다면 주문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새로 형을 정하는 것이 됩니다(제364조 제6항).

양형부당(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볍다는 주장)을 이유로 한 항소가 기각되는 구조는 판례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문제된 것은 항소심이 1심의 형을 어떤 경우에 바꿀 수 있는가였습니다.

대법원은 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 안에 있는데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심판결을 파기해 별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1심 양형이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거나, 항소심에서 새로 나온 자료까지 종합하면 1심 양형을 유지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파기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1심이 이미 고려한 사정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항소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양형을 정하는 요소와 항소심의 판단 방식은 양형과 양형부당 항소를 다룬 글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피고인만 상고한 사건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피고인만 상소한 사건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가 상고심에도 적용됩니다(제399조, 제368조, 제396조 제2항).

항소가 기각된 뒤에도 상고할 이유가 남아 있을까요?

항소가 기각된 뒤 상고할 수 있는 이유는 형사소송법 제383조의 네 가지뿐이고, 원칙적으로 항소이유로 주장했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판단한 쟁점이어야 합니다. 제383조가 정한 상고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제1호: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
  • 제2호: 판결 후 형의 폐지나 변경 또는 사면
  • 제3호: 재심청구의 사유
  • 제4호: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중대한 사실오인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거나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제4호 때문에, 10년 미만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이 상고이유가 되지 않습니다(그런데도 대법원에 있다보면 이런 상고가 정말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대체로 부적법한 상고로 보아 상고기각결정으로 처리됩니다). 사실오인도 마찬가지여서, 제 설명으로는 증거 판단이 법이 정한 증거법칙을 어겼다는 법령위반(제1호)의 형태를 갖춰야 다툴 수 있습니다.

여기에 판례가 하나의 벽을 더합니다. 대법원 2019. 3. 21. 선고 2017도16593-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았거나 양형부당만 항소이유로 삼았는데, 상고심에 와서 법령위반이나 사실오인 등을 새로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상고심이 항소심판결에 대한 사후심(앞 심급의 판단이 옳았는지를 사후에 심사하는 재판)이라는 점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항소이유로 주장하거나 항소심이 직권으로 판단한 사항 이외의 사유는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이 항소기각 사건에서 중요한 이유는 항소 단계의 선택이 상고의 범위를 미리 정하기 때문입니다. 양형부당만 다퉜다면 상고심에서 새로 무죄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제383조 제1호부터 제3호의 사유는 대법원이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습니다(제384조). 다만 제 생각에는 이를 당사자가 기대할 상고의 근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장한 상고이유가 제383조 어느 호에도 해당하지 않음이 명백하면 대법원은 결정으로 상고를 기각합니다(제380조 제2항).

항소기각 뒤 상고 검토 순서
flowchart TD
    A["항소기각 재판서 받음"] --> B{"판결인가 결정인가"}
    B -->|"결정"| C["즉시항고 검토<br>(7일, 제405조)"]
    B -->|"판결"| D{"항소이유로 주장했거나<br>항소심이 직권 판단한 쟁점인가"}
    D -->|"아니오"| E["원칙적으로 상고이유로 삼기 어려움<br>(2017도16593-1)"]
    D -->|"예"| F{"제383조 1~4호에 해당하나"}
    F -->|"아니오"| G["상고기각 결정 가능성<br>(제380조 제2항)"]
    F -->|"예"| H["선고일부터 7일 안에<br>원심법원에 상고장"]
    classDef default fill:#eef0f1,stroke:#5b6670,color:#1f2a33

상고하려면 언제까지, 어디에 무엇을 내야 하나요?

상고하려면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날부터 7일 안에 상고장을 항소심 법원, 곧 원심법원에 내야 합니다(제374조, 제375조). 상소기간은 재판을 선고한 날부터 진행하므로(제343조 제2항), 판결문을 받은 날을 기준으로 세면 늦습니다.

구치소나 교도소에 있는 피고인은 기간 안에 상고장을 교도소장·구치소장 또는 그 직무대리자에게 내면 기간 안에 상고한 것으로 봅니다(제344조).
이 부분도 실무적으로 유의하여야 합니다. 법원 접수날과 교도소 접수날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을 봐서 교도소 접수날(동그란 도장)을 확인하여야 정확히 기간 준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상고장을 낸 뒤에는 대법원의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내야 합니다(제379조 제1항). 이때 이유서를 내지 않아도 기각을 피할 수 있는 예외는 상고장에 이유를 적은 경우뿐이어서(제380조 제1항), 직권조사사유 예외까지 있는 항소심보다 좁습니다.

대법원 안에서 사건이 어떻게 검토되는지는 대법원 상고심의 구조를 다룬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판사는 기록에서 무엇을 보는가

먼저 펴는 곳

항소심 판사가 양형부당 항소를 기각하기 전에 먼저 펴는 곳은 항소이유서가 아니라 1심 판결의 ‘양형의 이유’입니다. 1심이 어떤 사정을 유리하게, 어떤 사정을 불리하게 보았는지를 알아야 항소이유서가 새로운 말을 하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멈추는 곳

눈이 멈추는 문장은 “피고인은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고, 부양할 가족이 있다”입니다. 1심 판결 양형 이유에 이미 같은 말이 적혀 있다면, 이 문장은 새로운 사정이 아니라 이미 평가된 사정의 반복이 됩니다.

기록을 보면 양형부당 항소이유서가 1심 판결이 이미 ‘유리한 정상’으로 적어 둔 사정을 그대로 다시 적은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럴 때 항소심이 주로 붙잡는 것은 1심 이후에 달라진 사정입니다.

맞춰보는 곳

1심 변론종결일과 항소심에 낸 자료의 날짜를 맞춰 봅니다. 합의서, 공탁서, 피해회복 자료가 1심 뒤에 생긴 것인지, 1심에서도 낼 수 있었던 것인지를 봅니다. 2015도3260 판결은 ‘항소심에서 새로 나온 자료’를 파기 사유의 하나로 들었는데, 제 생각에는 1심 뒤에 새로 생긴 사정일수록 그 무게가 커집니다.

여백의 메모

1심 뒤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이것을 확인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챙겨야 할까

  • 항소기각 재판서 첫머리에서 ‘판결’인지 ‘결정’인지, 그리고 선고일이나 고지일을 확인해 적어 둡니다. 판결이면 상고, 결정이면 즉시항고이고 둘 다 7일입니다.
  • 내가 낸 항소이유서와 항소심 판결 이유를 나란히 놓고, 내가 항소이유로 주장한 것과 항소심이 직권으로 판단한 것에 표시합니다. 상고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는 대체로 그 표시 안에 있고, 주장했는데 항소심이 답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면 따로 적어 둡니다.
  • 선고형이 10년 이상의 징역·금고인지 확인합니다. 그보다 가벼운 형이라면 형이 무겁다는 주장만으로는 상고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 항소이유서 미제출로 기각됐다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언제 누가 받았는지, 항소장에 이유를 적었는지,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가 있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 검사도 항소했던 사건이라면 검사의 상고 여부를 함께 확인합니다. 피고인만 상고한 경우에만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이 온전히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이렇게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심에서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이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항소했고, 항소심은 판결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첫째, 판결로 기각되었으니 선고일부터 7일 안에 상고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둘째, 선고형이 징역 2년이므로 제383조 제4호 밖이고, 형이 무겁다는 주장은 상고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셋째, 항소심에서 사실오인을 다투지 않았으므로 이제 와서 “속일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2017도16593-1 판결에 비추어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넷째, 남는 것은 판결 후 형의 폐지·변경·사면(제2호), 재심사유(제3호), 그리고 제 생각에는 항소심 판결 자체에 새로 생긴 법령위반이 있는지 정도입니다.

이런 사건이라면 상고의 실익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상고장을 내기 전에 이 순서로 한 번 따져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항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항소기각 판결 자체에 대한 재심은 증거서류의 위조·변조, 증언 등의 허위, 관여 법관 등의 직무범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된 경우로 한정됩니다(형사소송법 제421조 제1항, 제420조 제1호·제2호·제7호). 새로운 증거를 이유로 한 재심(제420조 제5호)은 항소기각 판결이 아니라 그로써 확정된 1심 판결을 대상으로 검토하게 됩니다.

상고기간 7일을 놓쳤다면 방법이 없나요?

본인이나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상소권회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45조). 그 사유가 해소된 날부터 7일 안에 원심법원에 서면으로 청구하면서 사유를 소명하고, 청구와 동시에 상고를 제기해야 합니다(제34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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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자료

면책

법령·판례 기준일 2026. 10. 30.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상소와 정식재판청구의 기간은 짧고,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의 기간과 방법은 판결문·통지서와 법원의 안내로 확인하시고, 필요하면 변호인 등 법률 전문가와 상의하십시오.

저는 현직 법관이라 개별 사건에 관한 문의에는 답할 수 없습니다.

글쓴이 손호영

부장판사 ·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형사조) · 전 서울회생법원 판사 · 서울대 법학박사

『판사의 언어, 판결의 속살』 · 『대신 정리해주는 3개년 형사판례공보』 저자 · 법률저널 〈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160회 이상 연재

재판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과 판단 구조를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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